연초부터 제약기업을 향한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투자가 활발하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산업 전반의 성장성이 제약된 가운데, 상대적으로 성장 기대감이 높은 제약 산업에 주목해 인수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서울제약은 최대 주주인 황우성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이 보유한 주식 총 379만1715주(지분율 44.68%)를 큐캐피탈파트너스의 사모펀드 ‘2018 큐씨피 13호 사모합작투자회사’에 양수하는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이와함께 큐캐피탈파트너스는 서울제약이 발행한 15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도 인수하기로 했다.
한국콜마홀딩스도 한국콜마의 제약부문과 글로벌 의약품 생산대행(CMO) 사업을 하는 자회사 콜마파마 매각을 추진 중이다. 최근 한국콜마홀딩스는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와 이 같은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제약사업부와 콜마파마의 매각 규모는 75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기업을 인수한 인수기업 업종의 경우 동종산업인 제약·바이오 업계를 제외하면 사모펀드를 포함한 투자회사들의 인수 건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IMM PE는 셀트리온제약을 비롯해 한독, 알보젠코리아 등에 지분 투자 등을 해왔다. 특히 한독과 함께 사노피의 지분을 인수해 2대 주주가 됐던 투자는, 1500억 원에 매각하며 투자금(740억 원)의 2배 가량을 벌어들였다.
한국투자파트너스도 1350억 원 규모의 제약·바이오 전문 사모펀드를 운용해 국내외 제약 바이오 기업들을 투자하고 있다. 안국약품과 안국바이오진단, 한독칼로스메디칼, 휴온스그룹 소속 계열사 등을 비롯해 비상장 바이오 기업들에 지분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중 에이비엘바이오·티움바이오·에이치엘비생명과학 등은 초기 투자에 이어 기업공개(IPO)까지 성공적으로 마치며 상당한 성과 투자수익을 거뒀다.
IB업계는 제약기업들이 선택과 집중을 위한 사업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올해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제약ㆍ바이오산업이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투자가 늘고 있다는 것은 제약·바이오산업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며 “특히 이 업종은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따라 ICT 혹은 유통·물류 등 다양한 기술 기업들을 추가로 인수할 경우 성장 시너지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제약ㆍ바이오 업계에서는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투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제약 업계 관계자는 “3~4년 내 투자 자금 회수를 해야하기 때문에 성공적 투자자금 회수를 위해 인건비와 연구개발(R&D) 비용은 줄이고 오로지 매출 증가 극대화에만 힘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며 “무엇보다 개발에 소요되는 기간과 비용이 중요한 업종인 만큼 산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진정한 산업 발전에 뜻을 둔 투자 철학을 가진 곳이 투자에 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