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제한적인 공매도 금지안을 발표했던 금융위원회가 30일 미국의 구제금융안 부결에 따른 파급 효과에 국내 증시가 폭락할 것으로 우려되자 주식시장 개장 전 연말까지 공매도 전면금지라는 강수를 들고 나섰다.
또한 기업들이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는 일일 한도를 연말까지 1%에서 10%로 완화하기로 했다.
20영업일 간 공매도 금액이 코스피시장에서 총 거래액 대비 5%(코스닥시장은 3%)를 초과한 종목에 대해 10영업일 간 공매도를 금지한다는 조치에서 구제금융안 부결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이번에는 공매도 자체를 금지키로 한 것이다.
금융위의 이러한 조치가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져 30일 개장 초 1400선이 무너지며 1376.72까지 밀렸던 코스피지수는 낙폭을 크게 회복하며 -0.57%(8.30P) 떨어진 1448.06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에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금융위의 공매도 전면금지와 자사주 매입한도 완화가 수급상의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증시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분석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위의 이번 조치로 외국인 매도 위축과 단기적인 숏커버링의 확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다만 개별주식 공매도 제한에 따른 외국인의 주식선물 매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강 연구원은 "최근의 국내외 정황으로 볼 때 한국 증시가 갑자기 매력적으로 보여서 외국인이 주식을 사고 있다고 보기 보다는 공매도 제한에 따른 숏커버링 등 단기적인 순매수가 부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적어도 3개월 가까이 공매도를 통한 매매거래를 제한할 것이라는 점과 통상 공매도에 따른 주식거래가 한 달을 넘기 어렵다는 점에서 중대형주 중 그동안 공매도가 많았던 종목에 대해서는 숏커버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 24일 정부의 대차금지 조치안이 발표된 이후 이에 대한 방어책으로 선물시장에서의 매도포지션을 늘리고 있다"며 "한국 증시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 중 일부는 지수선물과 옵션과 같은 파생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는 점에서 현재 7.7조원에 달하는 매수차익 잔고에 대해 외국인 지수선물 매도로 인한 물량 출회 등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연말까지의 공매도 전면금지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자사주 매입 한도 확대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공매도 전면금지란 강수를 취해도 결국에는 매도할 사람은 매도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다만 현물매도에 지수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없는 주식까지 팔면서 위기를 과장시키는 현상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30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제한된 매물을 내놓은 것으로 고려하면 수급상의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히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 한도 확대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이 연구원은 "금융위는 자사주 매입 일일 한도를 1%에서 10%로 완화했는데, 전체 발행주식수 대비 10%를 살 수 있는 기업들이 얼마나 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발행주식수가 적은 기업들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지수를 움직이는 대형주에는 실질적인 효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