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단체들로서는 법안 통과를 환영하면서도, 솔직히 아쉬움이 적지 않다. 금융부문에서 소비자 권익 강화를 위한 초석이 마련됐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크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가 제외돼 “알맹이가 빠졌다”는 비판을 받는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크게 금융회사의 상품 설명의무 강화와 금융소비자의 방어권 보장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법이 시행되면, 소비자 오인을 줄이기 위해 일부 금융상품에 한정해 적용하고 있는 6대 판매원칙(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설명의무·불공정행위 금지·부당권유 금지·허위과장 광고 금지)이 모든 금융상품으로 확대된다. 해당 판매원칙을 위반할 경우에 대비해 △위법계약 해지권 △징벌적 과징금 도입 △판매원칙 준수를 위한 실효성 확보 수단 등도 법안에 마련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원칙적으로 모든 금융상품에 청약 철회권과 위법계약 해지권을 갖게 돼 일정 기간 안에 투자를 철회할 수 있다. 또 소비자가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제기할 경우 판매자가 위법행위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소비자와 금융회사의 분쟁조정 과정에서 금융회사가 이탈할 수 없도록 하고, 소비자가 금융회사에 필요한 자료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분쟁조정이 신청된 사건에 대해 소송이 진행 중일 경우 법원이 그 소송을 중지할 수 있는 ‘소송중지제도’도 포함됐다. 소비자가 신청한 소액분쟁은 분쟁조정 완료 시까지 금융회사의 제소를 금지하는 조정이탈금지제도도 들어 있다. 금융회사의 판매원칙 위반 등 잘못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최고 1억 원의 과태료에 더해 수입의 최고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애초의 법안과 비교했을 때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빠지며 소비자 보호 강도가 약화된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처음엔 모든 판매원칙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방안으로 추진됐으나, 정무위 법안소위 논의 과정에서 금융회사에 지나치게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손해배상 입증책임이 전환되는 대상도 설명의무, 적합성·적정성 원칙 위반까지 포함됐지만, 최종안에 ‘설명의무’만 담겨 통과됐다.
그래도 위법계약해지권, 판매제한명령 등 판매원칙 준수를 위한 강력한 수단이 마련돼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긍정적 효과는 기대된다.
금소법 통과에 따라 앞으로 별도의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립안이 탄력을 받을지도 관심거리다. 미국은 2010년 ‘월스트리트 개혁 및 소비자보호법’을 제정하며 독립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공약으로 금융감독원에서 분리한 독립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을 내걸었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 이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금감원은 1월 조직개편을 통해 부원장급 조직인 금융소비자보호처에 감독과 검사, 분쟁조정, 제재 등 강력한 권한을 부여했다. 규모도 6개 부서 26개 팀에서 13개 부서 40개 팀으로 확대하고 소속 인원은 기존 278명에서 356명으로 늘렸다.
이달 12일 발표한 올해 업무계획에서는 금융회사 상시감시를 체계화하고 해외 금리연계 DLF처럼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금융사고에 대해 경영진 책임을 엄히 묻기로 하는 등 소비자 보호를 한층 강화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되면 공포일로부터 1년 후(금융상품자문업 관련 사항은 1년 6개월 후부터)부터 시행된다. 이번에 법안에 담지 못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 입증책임 전환 등 핵심 내용은 앞으로 법 시행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을 살펴가며 보완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