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벤처투자 시장과 스타트업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먼저 벤처투자 증가에 제동이 걸렸다. 5일 벤처투자 통계 플랫폼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1, 2월 각각 3200억 원, 3400억 원을 기록한 월별 벤처 투자 규모가 3월에는 2900억 원으로 줄었다. 코로나19 여파에 투자 미팅이 줄고, 투자 결정도 보수적으로 기운 영향이다.
문제는 2분기부터 더 암울하다는 점이다. 실제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대기업들마저 일단 현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4대 은행의 3월 대기업 대출 규모는 전월 대비 7조9780억원 늘어난 71조3388억원이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도 꽁꽁 얼어붙고 있는 실정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대기업마저 현금 확보 비상에 걸리면서 투자 업계가 완전히 얼어붙고 있다”며 “스타트업들이 세워둔 투자 계획이 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처음으로 벤처투자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소기업벤처기업부(중기부)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액은 4조2777억 원으로 이는 역대 최고 규모였던 2018년 3조4249억 원 대비 25% 늘어난 것이다.
외국계 VC 업체 관계자도 “약속된 투자 건이 아예 취소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스타트업들이 코로나19 이전 밸류에이션 만큼 평가받지 못하면서 투자 유치액도 줄고 있다”며 “커머스 업종 외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투자를 하긴 해도 건수 자체가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유니콘들은 매출 확대에 집중하며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4년 만에 영업적자를 냈다. 우아한형제들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으나 국내 음식 배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광고·마케팅 비용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2018년에 1조 원이 넘는 적자를 낸 쿠팡은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이미 지난 5년간 누적적자는 3조 원에 달한다. 쿠팡은 2017년에 6388억 원, 2018년에 1조970억 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에는 물류센터에 지속적인 투자를 단행했고, 쿠팡이츠와 같은 신산업 투자도 진행했다.
이 같은 유니콘들의 적자에 관해 시장은 대체로 부정적으로 해석하지 않았다. 시장을 선점하고 확대하기 위한 전략 차원으로 풀이하곤 했다. 그러나 VC 업계가 얼어붙는다면 추가 투자 유치에도 빨간불이 들어온 셈이다. 추가 투자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실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글로벌 유니콘인 우버, 에어비앤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우버, 에어비앤비는 나란히 실적 악화로 감원을 단행했다. 위워크의 기업가치는 5분의 1토막이 났다. 기업가치 폭락에 위워크는 기업공개(IPO) 도 철회했다. 우버의 주가는 1년 전 기업공개(IPO) 당시 보다 많이 하락해 2월 중순에 기록했던 최고가에서 지난달 약 3분의 1로 추락했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투자를 받기 위해 외형만 키운 유니콘이 탄생하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덩치만 큰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유니콘이 얼마나 탄생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외형은 커졌는데 후속 투자를 받지 못하면 무너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