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전국 단위 수능 모의고사인 서울시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가 각자 집에서 자체 시험으로 치러진 가운데, 일각에선 ‘수능 바로미터’로 불리던 학평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학생들은 오전 9시 40분부터 1교시 국어 과목을 시작으로 오후 5시까지 수험생들은 시험 시간표에 맞춰 집에서 문제를 푼 가운데, 포털사이트 급상승 검색어는 학평 관련 내용이 점령했다. 1위는 계속해서 ‘2020 3월 모의고사 답지’였다.
그러나 “사실상 학력평가 아닌 ‘오픈북 테스트였다’”는 불만이 온라인을 통해 퍼졌다. 국어 시험 시간에는 ‘설의적 표현’, ‘비언어적 표현’ 등의 검색어가, 수학 수험 시간에는 ‘부채꼴 넓이 공식’, ‘sin30’, ‘1라디안’ 등의 검색어가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기 때문.
앞서 오전 8시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각자의 학교 앞에서 시험지를 받아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5차례 연기된 끝에 결국 재택 시험이 이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원격 학평’을 시행한다고 했을 때부터 벌어질 것이라 예상했던 상황”이라면서 “원격수업 시행으로 학교 문이 닫히면서 대면수업과 대면 시험 의존도가 더 높아진 학생들에게는 생소한 상황일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전국단위 공동 채점과 성적 처리는 하지 않기 때문에 어차피 의미 없는 평가”라면서도 “수능을 앞두고 자신의 실력을 처음 가늠할 수 있는 모의고사를 이렇게 치루 게 한 것은 교육 당국의 ‘직무유기’다. 오늘 같은 경우에는 강의실에서 ‘거리 두기’를 하며 최소한의 시험을 보게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원격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이 되는 것으로 성적관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학교와 학생들이 이해한 상황”이라면서 “다만, 답안지가 먼저 배부된 상황은 서울시교육청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