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며칠 전 화훼 업계 관계자를 만났을 때 이번 5월도 암울한 달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2017년 김영란법 시행 이후 큰 타격을 받은 화훼농가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고사 직전에 내몰렸다고 그는 한탄했다.
현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공기업과 주요 대기업들이 앞장서 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화훼농가 돕기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화훼농가에 숨통을 조금 열어줄 수는 있지만 실효성엔 ‘글쎄’라는 반응을 보였다. 화훼 소비 촉진 행사를 펼치면서 꽃소비가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화훼농가 수입에는 직결되지 않는다고 그는 지적했다. 오히려 저가의 수입산 꽃만 늘어나 유통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기현상만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동안 농림축산식품부 중심의 공공부문 화훼구매가 정부·지자체·공기업 중심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일부 지자체나 공기업은 원산지 확인 없이 수입산 꽃을 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민간부문 화훼구매에서 수입산 꽃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유통업자들이 저가 수입산 꽃을 선호하고 있는 데다 비싼 로열티 지급과 시설 노후화 등으로 국내 화훼농가의 생산단가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국내 화훼 총생산액은 2005년 1조105억 원을 정점으로 계속 내리막을 걸으면서 2018년 5357억 원으로 반토막 났다. 1인당 화훼 소비액도 2005년 2만870원에서 2018년 1만1888원으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반면 꽃 수입액은 2005년 2884만 달러에서 8080만 달러로 세 배 가까이 급성장했다.
결국 정부가 나서 수입산 꽃에 대해 규제를 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고 한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철저히 수입산 꽃을 검역한다거나 원산지 표시 위반 유통업자들을 철저히 단속하는 등 비관세장벽을 높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규제가 국내 화훼농가를 보호하려다가 꽃 유통시장과 수출시장에 역풍이 불 수 있어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정근 전 aT화훼사업센터장은 “단편적인 꽃 사주기 행사로 화훼농가를 살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화훼농가를 살리려면 문화적으로 접근해 장기적으로 가야 한다”고 필자에게 조언했다. 그는 “요즘 젊은 사람들에겐 펫(pet) 문화가 확산되면서 꽃 화분이나 꽃 화병은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는 데 걸리적거리는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난(蘭)을 치는 문화도 점점 없어지고 있어 문화로서 복원시키지 않는 이상 백약이 무효하다”고 강조했다. 또 심 전 센터장은 “일본처럼 꽃 선물이나 화초 키우기가 문화로 정착되도록 어릴 적부터 문화 교육이 있어야만 화훼 농가가 살아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화훼농가를 살리려면 결국 농식품부 혼자 힘이 아닌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함께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일부 교육현장과 지자체에서 꽃문화 체험관이나 유아와 청소년에게 꽃키우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걸음마 수준이어서 정부 차원에서 꽃문화 정착에 나설 필요가 있다.
어릴 적 여자친구에게 용기 내 꽃을 선물하면서 꽃말을 함께 선물한 적이 있는데 어떤 꽃을 선물해야 할지 꽃말을 찾느라 며칠을 지새운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 이렇게 다양한 꽃말이 있었는지 처음 깨달으면서 꽃말을 고를 때 느낀 달콤한 기분과 설렘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종교학대사전에 따르면 고대 아라비아 지방에선 다양한 꽃말을 나타내는 꽃다발로 편지 대신 주고받는 ‘셀람(selam)’이라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이 셀람 풍습을 1714년경 스웨덴왕 칼 12세가 유럽에 전했고 이후 프랑스를 비롯한 영국 빅토리아 왕조 시대의 귀족들이 꽃말을 배워 연인에게 다양한 꽃말을 조합한 꽃다발로 마음을 전하거나 편지 대신 꽃다발을 보내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이번 가정의 달을 맞아 앞으로 가족과 주위 친지들에게 꽃말이 담긴 국내산 꽃을 편지 대신 선물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