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덕분에...닌텐도, ‘동물의숲’으로 ‘제2포켓몬고’ 돌풍

입력 2020-05-08 11:19 수정 2020-05-0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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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숲의 한 장면. 닌텐도
▲동물의숲의 한 장면. 닌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대부분의 기업이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역설적이게도 일본 닌텐도는 코로나19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닌텐도는 7일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 3월 끝난 2019회계연도 매출이 전년보다 9% 증가한 1조3085억 엔(약 14조9850억 원), 영업이익은 41% 증가한 3523억 엔, 순이익은 33% 늘어난 2586억 엔이었다.

‘포켓몬스터 소드 실드’와 ‘모여라 동물의 숲’ 등 소프트웨어가 인기를 끌면서 전용 게임기 ‘스위치’ 판매를 견인한 덕분이다. 이에 배당금도 820엔으로 기존 예상(620엔)보다 훨씬 높게 잡았다.

닌텐도의 효자 상품이 된 게 ‘동물의 숲’이다. 현재 이 게임의 인기는 2016년 출시돼 전 세계에 증강현실(AR) 게임 돌풍을 일으킨 ‘포켓몬고’를 방불케 한다. 포켓몬고가 외부에서 이동하며 즐기는 게임이라면, 동물의 숲은 실내에서 하는 비디오 게임이다. 주인공이 동물들이 살고 있는 숲 속 마을로 이사해 살면서 산책 하고, 집을 꾸미고, 곤충을 채집하거나 낚시를 하며 동물 이웃들과 교류하는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게임이다.

닌텐도는 2001년 동물의 숲 발매 초기에는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아 출하량도 소량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인터넷과 TV 광고에 힘입어 10~20대 여성 중심의 유저층이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소프트웨어 부족 현상까지 빚어졌다. 이에 닌텐도는 그해 12월 기능을 한층 업데이트한 ‘동물의 숲 플러스’를 부랴부랴 출시, 크리스마스 시즌에 대박을 쳤다. 이후 미국, 유럽에는 ‘Animal Crossing’, 한국에는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되며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렸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엔딩’이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자유도가 높다는 것. 이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제한과 맞물리며 ‘코로나 특수’를 누리고 있다. 게임 마니아뿐 아니라 재택근무나 원격수업 등으로 집에 거의 갇혀 있다시피 한 유저들까지 끌어들였다. 덕분에 이 게임은 3월 하순에 신작이 나온 후 불과 6주 만에 1341만 장이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가정용 게임기 ‘스위치’용 소프트웨어로는 역대 최고 판매 기록이다. 스위치 본체 판매 대수도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327만 대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차질로 일부 지역에서 생산과 출하 지연이 발생했지만, 실적에 큰 영향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유저들이 소프트웨어를 물리적 패키지는 물론 다운로드까지 하면서 닌텐도의 소프트웨어 매출 중 1분기는 디지털 판매가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며 실적을 떠받쳤다.

▲닌텐도 게임기 ‘스위치’ 판매대수 추이
출처:WSJ
▲닌텐도 게임기 ‘스위치’ 판매대수 추이 출처:WSJ
동물의 숲 인기에 힘입어 2분기에도 실적 호조가 예상되지만, 닌텐도는 내년 3월 끝나는 2020회계연도 실적 전망은 매우 보수적으로 잡았다. 닌텐도는 7일 작년과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전체 실적 전망도 내놨는데, 매출이 전년 대비 8%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순이익은 23% 감소한 2000억 엔, 영업이익은 15% 감소한 3000억 엔으로 각각 잡았다.

닌텐도는 원래 실적 전망을 보수적으로 잡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 많은 개발자들이 재택근무가 불가피해져 신작 게임 타이틀 출시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기대에 못 미친 실적 전망에 7일 닌텐도의 주가는 4% 가까이 급락했다.

다만 WSJ는 스위치를 새로 산 사람들이 이동제한 완화 후에도 게임 타이틀을 계속 구입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는 아주 비관적이진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 게임 소프트웨어 대기업 일렉트로닉아츠(EA)는 최근 스위치용 게임 출시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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