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확산) 사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채권국 지위는 더 공고해지는 모습이다. 민간의 외화자립도 역시 강화됐다.
반면, 확정 금융상품만으로 본 순대외채권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단기외채 비중도 30%를 돌파해 7년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양호한 대외지급능력과 함께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에도 계속된 외국인 국내투자 등으로 비춰볼 때 긍정적 상황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같은 기간 외화보유액(4002억1000만 달러)을 능가하는 규모다. 순국제투자 규모는 2018년 4분기 사상 처음으로 외환보유액 규모를 넘어선 이래 그 격차를 꾸준히 벌리고 있다. 또, 순국제투자에서 준비자산을 뺀 규모도 1652억 달러(202조 원)에 달해 역시 역대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통상 민간부문 외화자립도로 해석한다.
내국인의 대외투자 감소폭보다 외국인의 국내투자 감소폭이 더 컸다. 실제, 대외금융부채를 의미하는 외국인투자는 915조 원 감소한 1조1073억 원을 보인 반면, 대외금융자산을 뜻하는 대외투자는 270억 달러 줄어든 1조6727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주가와 환율 변동 등 비거래요인이 크게 작용한 때문이다. 실제 같은 기간 주요국 주가를 보면 미국은 23.2%, 유로존(EU)는 25.6%, 중국은 14.1%, 한국(코스피)은 20.2%씩 급감했다. 원화환율도 5.3% 절하(원·달러 환율 상승)됐다. 이에 따라 비거래요인을 제거한 외국인투자는 163억 달러, 대외투자는 265억 달러 각각 증가했다.
직접투자 중 지분과 증권투자 중 펀드를 포함한 주식과 파생금융상품 등을 제외한 확정 금융자산을 기준으로 한 순대외채권은 전분기대비 164억 달러 급감한 4642억 달러에 그쳤다. 이는 2018년 2분기(4618억 달러) 이후 최저치며, 2008년 3분기(-188억7000만 달러) 이후 11년 반(46분기)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대외채권이 25억 달러 증가한 9500억 달러를 기록한 데 반해, 대외채무가 188억 달러 급증한 4858억 달러를 보였기 때문이다. 준비자산은 86억달러 감소한 4002억 달러를, 단기외채는 140억 달러 늘어난 1485억 달러를 보였다.
최진만 한은 국외투자통계팀장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단기외화자금 수요가 있어 대외채무가 늘었다. 예비적 자금을 확보하려는 예금취급기관의 선제적 대응과 3월달 해외로부터의 증권사 마진콜 요인이 반반씩 작용했다”며 “과거와 달리 대외지급능력이 크게 향상된 데다, 당장 갚아야 할 자금도 아니라는 점에서 충분히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대외 금융부채와 자산도 감소했다. 주가와 환율 등 평가요인이 많이 작용한 것으로 실제 큰 유출입은 없었다. 주식부문에서는 나갔지만 채권은 오히려 들어왔다. 코로나19 와중에도 민간기업은 KP물 발행에 성공했다”며 “국제금융시장 불안에도 외국인 투자는 지속되고 있고, 우리나라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