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SK하이닉스의 실적 회복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 달성이 확실시된다. 다만, 하반기는 V자 반등과 W자 형태의 실적 전망이 엇갈린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3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8조2492억 원, 1조7197억 원으로 예상된다.
매출액은 2018년 4분기 9조9380억 원 이후 6개 분기 만에 8조 원을 돌파하며 최대 분기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 역시 2018년 4분기 4조4300억 원 이후 1조 원을 돌파하며 최대 실적이 점쳐진다. 영업이익 1조 원 돌파는 지난해 1분기(1조3665억 원) 이후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1분기 말 4600억 원가량 쌓여있는 재고자산평가충단금 환입 규모에 따라 2조 원대 영업이익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분기는 중화권향 모바일 수요 약세에도 데이터센터와 PC 호조로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하반기다. V자 형태로 실적이 2분기 저점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과 반도체 가격 약세로 소폭 둔화되면서 W자 형태로 실적이 흘러갈 것이라는 분석이 엇갈린다.
하반기 실적 둔화 우려 요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확실한 매크로 상황이다. 최근 미국과 브라질, 인도 등의 코로나 확산 사태가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상반기 세트와 부품 출하의 미스매치, 3개월째 하락중인 D램 현물가격, 최근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협상 태도 변화 등은 하반기 메모리 가격 전망을 보수적으로 보게 한다. 서버 D램의 주력 제품인 32GB RDIMM 2분기 평균 가격은 145달러에서 3분기 130달러 수준으로 하락이 예상된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공급사와 고객사의 협상이 기존 계획(6월 중하순)대비 지연되며 가격에 대한 저항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용하는 일부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 서버 고객사는 스마트폰 부진과 재고 수준을 빌미로 가격 하락을 공격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하반기 낸드 사업 이익 개선, 스마트폰 출하량 회복으로 모바일 메모리 반도체 수급 상황이 유리해지면서 V자 반등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버 메모리 반도체 수급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깜짝 실적을 기록한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해 양호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최근 상당수 시장 참여자의 하반기 데이터센터 투자 둔화 전망과 상반되는 대목이다.
여기에 콘솔 게임 대표주자 소니가 새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인 ‘플레이스테이션5’를 내놓는 등 신규 게이밍 콘솔 등장이 메모리 수요 개선을 촉진시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콘솔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7% 증가한 약 452억 달러(약 55조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콘솔 게임은 모바일게임(772억 달러, 94조 원)에 이어 전체 게임시장 점유율 2위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PC보다 콘솔을 통해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가 더 많은 셈이다.
D램 새 규격인 ‘DDR5’ 표준안이 발표된 점도 호재다.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는 최근 PC·서버용 DDR5 D램 규격(JESD79-5 DDR5 SDRAM)을 발표했다. DDR5는 현세대인 DDR4보다 용량은 4배, 속도는 2배 개선된 차세대 메모리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 등장할 DDR5가 메모리 시장에 대규모 신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중 CPU(중앙처리장치) 제조사가 DDR5 지원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도입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