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계기로 패션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유통채널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급속히 재편되며 패션 시장도 온라인 플랫폼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는 모양새다.
오프라인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던 패션 대기업은 온라인 전용 브랜드 론칭, 자사 브랜드 외 타 브랜드 온라인 매장 입점, 플랫폼 내 콘텐츠 강화 등 온라인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또 애초부터 온라인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한 신생 패션 플랫폼들은 소비의 주축인 MZ세대를 겨냥해 세력을 키우며 코로나19에도 매출 신장을 기록하는 중이다.
27일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를 통해 안드로이드OS 기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난달 패션 모바일 앱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사용자 수(MAU)가 가장 많은 패션 모바일 앱은 ‘에이블리(141만)’로 나타났다. 특히 에이블리는 지난해(43만)보다 3배 넘게 사용자 수가 늘었다. 에이블리에 이어 지그재그(134만), 무신사(107만), 브랜디(67만), 유니클로(54만) 순으로 사용자 수가 많았다. 무신사와 브랜디 역시 전년 대비 각각 84%, 86% 증가한 수치다. 이들 브랜드는 지난해에도 브랜드 간 순위 변화만 있을 뿐 순위권에 진입한 업체는 동일했다. 지난해는 지그재그(132만), 유니클로(72만), 무신사(58만), 에이블리(43만), 브랜디(36만) 순으로 사용자 수가 많았다.
반면 대기업 패션업체의 패션 앱 사용자 수는 이들 기업에 한참 못 미치는 순위권 밖이었다. 대기업 패션업체 가운데 앱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LF로, 지난달 LF몰 이용자 수는 47만 9417명으로 집계됐다. 업계 1위 삼성물산의 SSF SHOP은 16만 1833명,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에스아이빌리지(SIVILLAGE)는 15만 5449명, 코오롱fnC의 코오롱몰은 12만 6805명, 한섬의 더한섬닷컴은 5만8679명에 그쳤다.
패션 대기업과 신생 패션 플랫폼 간 앱 사용자 수가 크게 차이 나다 보니 이들 업체 간 실적 역시 갈리고 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흩어져 있던 개인 인플루언서 마켓을 한 곳에 모은 플랫폼으로 시작한 에이블리는 2018년 론칭한 후 론칭 2년 만에 누적 앱 다운로드 수 1300만, 누적 거래액 2000억 원을 돌파했다. 동대문 기반 쇼핑몰을 분류해 소비자에게 어울리는 최적의 스타일을 찾을 있도록 돕는 플랫폼으로 시작한 지그재그 역시 지난해 매출 300억 원을 기록했고, 거래액 6000억 원을 넘어섰다. 무신사 역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한 2197억 원, 영업이익은 83.2% 증가한 493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올해 1분기 적자로 돌아선 데 이어 2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0%나 감소해 10억 원에 그쳤다. LFㆍ한섬ㆍ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영업이익도 올해 1분기 각각 전년 대비 50.2%, 11.5%, 59.0% 감소했다.
한 패션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 패션업체와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패션 플랫폼은 지향점이 조금씩 다르다. 우리는 젊은 세대뿐 아니라 전 연령층을 두루 겨냥하지만 패션 플랫폼은 타깃층이 20대 초반~30대에 철저히 맞춰져 있다”라면서 “이들 플랫폼이 취급하는 상품 수와 종류가 다양해지고, 대기업 온라인 몰에서 자사 상품 외에 여타 브랜드를 취급하는 만큼 브랜드가 겹치는 사례가 많아질 경우 대비해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패션 대기업들도 온라인 매출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LF는 현재 온라인 매출 비중이 30%에 달해 패션기업 중 높은 수준인데 LF는 패션뿐 아니라 리빙 등 종합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키워 더 많은 연령층의 소비자를 끌어안는다는 계획이다. 또 자사 브랜드 외 타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온라인 몰 내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온라인 매출 비중을 지속해서 키우고 있다. 2015년 6~7%에서 지난해 13%로 키웠고, 현재 17% 수준인 온라인 매출 비중을 내년에 3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한섬은 지난해 1500억 원대의 온라인 매출을 올려 전체 매출의 11%를 차지했는데 올해는 이 규모를 2000억 원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올해 1분기 한섬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15%로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