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와 여름 휴가가 집중되는 3분기는 연중 맥주 판매량이 가장 높은 시기다. 맥주업계는 통상 이 시기에 여름 축제 후원 등 야외 판촉 행사를 적극적으로 벌여 '매출 증대'과 '인지도 제고'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 나선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판촉 활동이 불가능한 올해의 경우 업계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 양대 라이벌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속내는 사뭇 다르다. '테라'를 앞세운 하이트진로의 반격에 점유율 하락이 진행 중인 오비맥주는 반등 계기를 잡을 수 없어 속이 탄다. 반면 하이트진로는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매출은 오르고 있어 속으로 미소짓고 있다.
오비맥주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여전히 국내 시장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지만,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출시한 '테라'를 발판 삼아 업계 1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어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테라 출시 전 20% 후반대였던 하이트진로의 국내 맥주 시장점유율은 올해 말 최대 40%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오비맥주는 새로운 디자인과 비대면 마케팅 등의 판매 촉진을 통해 하이트진로 저지에 나서고 있다.
오비맥주는 최근 카스 디자인을 리뉴얼했다. 카스 고유의 신선한 맛과 향에 대한 자신감을 ‘Cold Brewed(콜드 브루드)’로 표현한 게 이번 디자인의 특징이다. ‘콜드 부르드’는 카스가 소비자에게 도달하기 전, 저온에서의 숙성과정을 거쳐 카스의 신선함을 만드는 과정을 뜻한다.
오비맥주는 식당과 업소를 시작으로 이달부터 대형마트와 편의점에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온택트 뮤직 페스티벌도 개최했다. 지난달에는 온택트 뮤직 페스티벌 ‘카스 블루 플레이그라운드 커넥트 2.0(Cass Blue Playground Connect 2.0, 이하 CBP)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카스 공식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된 이 공연에는 한국, 일본, 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8만 명 이상이 동시에 접속했다. 조회수는 83만 건을 넘었다.
다만 업계에서는 특성상 온라인 마케팅이 오프라인보다는 파급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맥주는 시음 등 고객의 '브랜드 경험'이 중요한 제품인데 온라인에서는 제품 경험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하이트진로는 최소한의 마케팅을 실시하며 정중동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회사의 최근 맥주 마케팅 활동은 지난달 선보인 테라 여름 TV광고가 전부다.
이는 특별한 홍보 없이도 제품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출시된 하이트진로 테라는 올해 5월까지 누적 판매량 8억6000만 병(330㎖ 기준)을 기록했다. 올해 6월 테라 판매량은 6000만 병(500㎖ 병 기준)를 넘어섰다. 이는 전년 6월 판매된 2600만 병(500㎖ 병 기준)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판관비 감소 효과는 덤이다. 지난해와 2018년 3분기 하이트진로는 '광고선전비+판매촉진비'로 각각 394억 원, 442억 원을 썼다. 회사 관계자는 "성수기 마케팅을 못하게 되면서 전반적으로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실적도 낙관적으로 점쳐진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2분기 매출액 5903억 원, 영업이익 438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2.6%, 313.2% 증가한 수치다.
이정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맥주와 소주 시장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나 하이트진로 맥주와 소주 판매량은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1분기부터 이어진 실적 개선세가 연중 내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