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확증편향과 고집의 부동산 정책

입력 2020-08-24 15:26 수정 2020-08-2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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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현 부국장 겸 부동산부장

‘확증편향(確證偏向)’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인간의 심리를 일컫는다. 이른바 ‘정보의 편식’으로, 인간은 자기에게 불리한 정보나 자료는 숨기고 유리한 것만 받아들이거나 내세우는 경향을 지녔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입장에서 유리한 쪽만 바라보고 또 해석하려고 한다. 불리한 쪽은 아예 무시하거나 폄하하려고 애쓴다. 이 때문에 유용한 정보를 놓치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 일쑤다.

요즘 문재인 정권을 보면 확증편향의 경연장을 보는 듯하다. 유리한 지표만 골라서 성과로 내세운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부·여당 주요 인사들이 최근 잇따라 꺼내든 ‘주택시장 안정론’이 대표적이다. 한국감정원 시세 통계를 들이대면서 부동산 대책들 덕분에 서울 집값이 진정되고 있다는 게 요지다.

시장에선 뜨악한 반응을 감추지 못한다. 가격 폭등 뒤 박스권 형성을 정책 덕분인 양 눈속임하려는 궤변 아나냐는 것이다.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볼멘소리도 터져나온다.

실제로 “강남 집값 상승세 멈췄다”(홍남기 경제부총리), “8월 말 9월 초면 집값 떨어질 것”(진성준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이라는 정부·여당의 설명과 달리 ‘현실’의 서울 아파트값은 고공행진 중이다. 매물 부족 속에 곳곳에서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전세시장은 또 어떤가.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2+2년)과 전월세 상한제(5%) 시행 이후 전셋값은 치솟고 매물은 씨가 말라버렸다. 물론 주택시장이 언제 어떤 방향으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 현 정부 들어 서울 집값은 굵직한 부동산 대책 발표 한 두달 뒤 하락하는 등 단기 조정을 받곤 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추이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입맛에 맞는 통계만 의존하면 시장을 똑바로 인식하지 못할 뿐더러 제대로 된 처방을 내놓을 수도 없게 된다.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감정원 통계)만 취하는 여권의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뭉쳐 만들어내는 집단적 확증편향은 정책 수립에서 가장 위험한 경계 대상 1호다.

확증편향은 속성상 소통을 거부한다. 굳이 다른 주장과 견해를 귀담아들어 심적인 불편을 겪어야 할 이유가 없어서다. 때로는 다른 주장을 펴는 사람을 적(敵)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그래서 확증편향은 위험하다.

고가주택 소유자들을 적으로 돌리고, 온갖 규제로 시장을 쥐어짜는 정책은 민심 이반을 초래할 뿐이다. 그런데도 반성할 줄 모른다. 부동산 정책 실패 여파로 당청 지지율이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에도 이 정권은 “정책 방향에 문제 없다”, “곧 집값 잡힌다”라는 일도 공감 못할 메시지를 연발하고 있다.

나아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강력한 규제 폭탄을 시장에 퍼부을 태세다. 지난달 말 임대차 3법을 강행 처리한 데 이어 무제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함께 국가가 전월셋값을 정하는 표준임대료 제도 도입도 추진하겠단다. 임대차 3법 등 무리한 법안 강행에 따른 부작용을 더 센 규제로 막겠다는 오기에 다름 아니다. 지나친 시장 개입이다. 재산권 침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임대인들은 국민이 아닌가 라는 불만도 적잖다.

여기에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도 밀어붙이고 있다. 개인의 일상 거래까지 정부가 나서 일일이 간섭하고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국민을 투기꾼을 넘어 범죄자로 취급을 하는 꼴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마치 퇴로 없는 골목길로 내닫는 양상이다.

규제가 또 다른 규제를 낳은 이른바 ‘규제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으려면 확증편향의 덫에서 벗어나야 한다. 고집과 오기로 점철된 땜질 처방을 멈추고 시장 원리로 돌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자신의 믿음에 대한 다른 사람의 반대 견해도 기꺼이 수용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지 말라는 얘기다.

그리고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래야 꼬일대로 꼬인 부동산 난맥상을 바로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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