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배터리 부문의 분사를 결정하면서 배터리 사업이 본궤도에 진입했다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신설 배터리 법인이 높은 성장세와 사업 구조의 유연성을 기반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 1위 사업자 자리를 수성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17일 LG화학에 따르면 배터리 사업부의 분할 안건은 이날 오전 열리는 이사회에서 상정돼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에서 분할이 결정되면 연말께 배터리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신설법인이 설립될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에서는 이 신설법인이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내년 상반기 중 사전 기업공개(Pre-IPO·상장을 전제로 한 투자 유치)에 나서고 같은 해 하반기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 분할 가능성은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LG화학은 재무구조가 자립할 수 있는 시기에 추진하겠다며 이 분할 가능성을 일축해왔다.
LG화학이 올해 하반기 배터리 사업부 분할을 결정한 배경에는 사업의 안정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생산능력 기준 1위를 달성하고 테슬라, GM 등 굵직한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현재 전기차(EV) 배터리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 사이클의 초입 구간에 진입한 상황이다.
LG화학은 이번 배터리 사업 분사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면서 성장성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EV용 2차전지 산업은 매년 40% 이상 성장하는 고성장 단계에 진입했다. 1위 사업자의 왕좌를 지키면서 산업의 성장 속도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선 시장에서는 연간 3조 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LG화학으로선 배터리 사업을 분사해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하거나 IPO를 통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EV 산업의 성장세와 비교해 2차전지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자동차 OEM 기업들이 배터리 공급 부족 해소를 위해 FI를 자처하고 있고 합작사(JV)를 통한 물량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어 분사 이후 '러브콜'이 쇄도할 가능성도 크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사업의) 환경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넓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할에 따라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은 현재보다 더욱 높은 가치로 평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다수의 사업부와 혼재돼 있으면 기업의 가치가 절하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이번 분사 이후에는 배터리 사업만을 평가받을 수 있어 더욱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중국의 배터리 기업 CATL을 배터리 생산능력과 출하량 기준으로 추월했지만, 시가총액으로 보면 저평가돼 있다. CATL은 시가총액이 77조8000억 원에 달하지만, LG화학의 전체 시가총액은 48조5000억 원에 불과하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는 EV용 배터리뿐만 아니라 소형 전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기타 전지 부문도 추가로 보유하고 있으므로 분사 후에 제대로 된 가치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상반기 분기보고서 기준 전지사업 자산은 14조8000억 원이다. 올해 전지사업부 외형과 영업이익은 12조 4829억 원, 5208억 원으로 예상되며 이는 2025년 31조 8780억 원, 3조 9710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분사 초기에는 대규모 투자와 이익 방향성이 일치하지 않는 ‘성장통’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분할 전 사업구조는 석유화학이라는 캐시카우(Cash Cow)가 존재해 이익의 안정적인 창출이 가능하나, 분사 후에는 오롯이 배터리 사업의 수익성에 따라 회사의 방향성이 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자본집약적 산업인 배터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동안 이익 창출이 동반되지 않으면 회사의 수익 기반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경쟁격화와 신기술 출현 등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LG배터리의 대규모 투자와 이익 방향성 간에는 괴리가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며 “연초 제기된 분할 가능성이 취소·재검토된 것도 유사한 이유”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