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을 해서 번 돈으로 대출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올해 국내 기업 5곳 중 1곳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이 나왔다. 지난해 한계기업이 크게 증가한 데 이어, 코로나19 타격으로 이들의 부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점검결과다. 외부 감사기업 2만3494개 업체 가운데 올해 한계기업이 21.4%(5033개)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계기업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상태가 3년 연속 이어진 곳이다. 수익성 없이 빚으로 연명한다는 뜻에서 ‘좀비기업’이라고도 한다.
작년 한계기업으로 분류된 업체는 외부감사 대상의 14.8%(3475곳)였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전년보다 7.4% 증가했는데, 2010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코로나19가 덮친 올해 한계기업이 1500곳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게 한은 예상이다.
한은이 이처럼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것은, 코로나19의 재확산과 갈수록 증폭되는 미·중 무역갈등이 경영 환경을 최악으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매출이 최소한 10% 이상 줄어들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수치다. 한계기업 증가로 기업들의 부도 가능성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한계기업 예상부도확률은 2018년말 3.1%에서 지난해말 3.2%로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올해 6월 4.1%로 치솟았다.
한계기업 여신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몹시 불안하다. 전체 외부감사 기업 여신의 한계기업 비중이 작년 15.0%(115조5000억 원)에서 올해 말 22.9%(175조6000억 원)로 늘어날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한계기업에 빌려준 돈을 제때 상환받지 못할 경우 은행의 건전성 악화와 함께 금융 부실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좀비기업 양산과 함께, 집값 급등으로 야기된 자산가격 거품이 꺼지는 상황을 가장 우려했다. 경기 펀더멘털에 견줘 부동산 가격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4.5%로 추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갈수록 경제여건은 나빠지고 기업경영은 어려워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하루를 더 버티기 힘들다는 기업들의 비명이 잇따른다. 비용을 줄이기 위한 해고 또한 일상적이다. 위기를 극복하고 일자리를 지켜내려면 우선 기업이 살아남아야 한다. 일자리는 정부가 세금을 퍼붓는 재정이 아니라 기업 투자가 만들어 낸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경제계가 수없이 반대해온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금융거래감독법)을 밀어붙이는 것도 모자라,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 도입키로 했다. 기업들의 설 땅은 좁아지고, 코로나 이후 한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도 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