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양식 전반을 뒤흔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취업 시장 판도도 대거 바꿔놨다. 키워드는 ‘수시채용’과 ‘비대면’이다.
공채 대신 필요한 인원만 상시로 뽑는 기업이 늘었고, 오프라인으로 치르던 인·적성 시험과 면접은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됐다.
취업준비생 처지에선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듯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하는 것과 동시에, 생전 겪어보지 못한 비대면 채용 방식에도 적응해야 하는 이중고가 닥친 셈이다.
주요 대기업 하반기 공채 전형의 막이 오른다. 대부분 추석 전 서류 절차를 마무리했고, 이달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인ㆍ적성 검사나 면접 등 비대면 전형을 진행한다.
삼성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GSAT(삼성 직무적성검사)’을 온라인으로 치른다. LG 그룹 역시 'LG 인·적성 검사'를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했다.
SK의 경우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 인·적성 검사인 SKCT는 오프라인에서 진행되지만, 일부 계열사를 중심으로 면접은 비대면으로 진행한다. CJ그룹 역시 온라인 테스트 전형과 화상 면접을 계열사별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은 가지각색 방편으로 비대면 전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비대면 전형에 익숙지 않은 취준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주요 대기업 관계자와 각사 뉴스룸 및 공식 블로그, 유튜브 채널에 따른 전형 정보와 비결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비대면 인·적성검사나 면접에선 인공지능(AI)을 통해 채점하는 경우가 많다. AI가 ‘면접관’ 일을 대신하는 셈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LS다. LS는 2018년부터 AI 면접을 도입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회사 관계자에 AI 면접 채점 기준은 사내 구성원 빅데이터와 인재상을 접목해 만들어진다.
LS 관계자는 “사내 구성원 중 우수 고과자 대상으로 업무 태도나 인성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이들의 성향과 가치관을 중요한 자료화 했다”라며 “여기에 회사 비전과 인재상을 더해 적합한 인재를 선별할 수 있도록 기준을 짠다”라고 말했다.
LS뿐 아니라 AI 인·적성 검사ㆍ면접을 진행하는 기업들의 채점 기준도 대부분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회사의 인재상과 가치관에 대해 철저하게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직무별로 특화된 인재상이 다를 수 있으므로 이 부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비대면 면접을 잘 치르기 위해선 카메라를 통해 비치는 자신의 모습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면접 전 온라인 사전 연습은 필수다.
화면에 자신이 어떻게 나오는지, 마이크에 한 번 걸러진 음성은 상대방에게 어떻게 들리는지 알고 있어야 효과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상 면접을 이미 경험해 본 합격자들은 스터디를 조직해 실전에 들어가기 전 면접 태도 및 답변과 관련한 조언을 서로 주고받을 것을 추천한다. 만약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자신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돌려보고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올 때까지 연습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면접을 진행할 곳이 조금 어둡다면 미리 조명 등을 비치해 얼굴빛을 밝히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연습까지 끝냈다면, 회사가 면접 시 사용하는 앱을 미리 자신의 노트북이나 태블릿에 깔아보는 것도 좋다. 화상 프로그램별로 지원 기능과 사용 방법이 일부 다르기 때문이다.
AI 면접이 도입됐다곤 해도 아직 복장과 주변 환경은 중요한 평가 요소다. AI 채점 이후 사람이 한 번 더 점수를 매기는 경우도 있으므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취업 전문업체들은 일반 면접과 같게 정장과 셔츠, 블라우스 등을 착용하기를 권장한다. 상체를 일으켜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으므로 하의도 될 수 있는 대로 챙겨입는 것이 좋다.
또 너저분하거나 주의 산만한 환경 속에서 면접을 본다면 감점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삼성디스플레이 유튜브에서 채용 관련 영상에 출연한 한 신입사원은 이와 관련한 자신의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온라인 GSAT를 치르기 전 방 청소를 하다가 나온 쓰레기를 모아놓고 버리는 걸 깜빡했는데, 시험을 치면서 (쓰레기가) 카메라에 잡혀서 민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