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 9부 능선을 넘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바이든이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되기까지 안심하기는 절대 이르다는 분석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사실 현 시점에서 이런 관측이 나오는 것 자체가 바이든이 얼마나 매력이 없는 대선 후보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대선 후보 1차 TV토론이 어수선하게 끝난 후 바이든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크게 벌리고 있다.
TV토론 직후 미국 CNBC방송과 체인지리서치의 첫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의 지지율은 트럼프에 13%포인트 앞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방송의 조사에서 두 후보의 격차는 14%포인트로, 이번 선거전이 시작된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이 정도 격차라면 예년 같았으면 지금쯤 바이든의 승리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차기 정권에 대한 전망 기사가 마구 쏟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선거제는 승자 독식제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가 전체 득표수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밀렸지만, 결과적으로 승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다는 최대 악재에 직면했다.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를 등한시하면서 미국을 세계 최대 코로나19 감염국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자신마저 병에 걸렸으니 여론의 질타가 쏟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의 우위와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응 실패 등 바이든에 유리한 소식이 쏟아져도 언론매체는 좋든 싫든 온통 트럼프에게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심지어 트럼프가 역전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쯤 되면 미국 대선 판도의 불확실성을 키운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돈키호테와 같은 좌충우돌이 아니라 존재감이 전혀 없는 바이든의 무능력 또는 ‘매력 없음’이라 할 수 있겠다.
트럼프는 옳고 그른 것에 상관없이 내세우는 정책이 반(反) 이민주의, 중국에 대한 강경책,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매우 뚜렷하며 자신의 임기 내내 일관되게 이를 밀고 나갔다.
반면 바이든의 이미지는 어떠한가. 온통 흐리멍덩하다. 무역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이민에 대한 그의 정책은 무엇인지, 대중국 강경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데 트럼프와 다른 점은 있는지, 다자주의로 돌아간다는데 동맹과의 유대 관계는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등 바이든의 정책을 떠올려보면 의문부호만 가득하다. 설령 그가 구체적 정책을 마련했다 하더라도 일일이 찾아봐야 한다.
이처럼 바이든을 정의할 수 있는 선명성이 부족하다면 유권자들이 어떻게 그를 믿고 투표할 수 있을까.
아울러 바이든이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코로나19다. 바이든이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음에도 전염병에 걸리면 대선 그 자체에 미칠 영향을 떠나 코로나19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와 불안을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
마지막으로 바이든이 차기 대통령이 되면 대북 외교와 관련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전략적 인내’를 답습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