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이여 自淨하라!

입력 2008-11-14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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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국토해양부, 그리고 금융권이 분주하다. 지난 6월 '지방미분양대책'이란 이름으로 첫 건설업계 지원 대책이 나온 이후 한달이 멀다하고 건설업을 부양하려는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기간 쏟아진 각종 지원방안은 셀 수도 없이 많다. 미분양아파트 주공 매입, FastTrack 지원,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 미분양 매입펀드 조성, 대주단 협약, 택지지구 계약 해지 등등 모두 건설사들이 지금 겪고 있는 자금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책들이다.

일각에서 건설업 CEO 출신 대통령이라 건설업계에 대해 지나친 배려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비아냥마저 나올 정도다.

틀린 말이 아니다. 지금 유독 건설사들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발 금융위기가 언제 가라앉을 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부실 기업들을 잡고 있는 것은 10년 전 IMF시대 당시 기아자동차와 한보그룹 사건을 돌아보더라도 현명한 일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더욱이 시장에서 실패한 업체들을 되살리기 위해 혈세(血稅)를 낭비하는 것은 시장경제 국가에서 적절한 일도 아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시장경제를 존중하는 보수세력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정부가 이들 건설사들의 생계를 걱정해주는 이유는 뭘까? 바로 건설업 공황에 따른 실업자 양산을 막기 위함이다. 즉 국내 기반산업 중 하나인 건설업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이에 따른 고용 불안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건설업계가 이같은 지원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가가 궁금하다. 올 초 건설업계는 이명박 새정부에 건설업 관련 규제 해제를 요청하면서 분양가 인하 등 자정노력을 함께 벌이겠다고 '맹세'한 바 있다. 정부도 국민세금을 모아 '돈 봉투'를 밀어주는 것인만큼 그래주기를 바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건설업계가 얼마나 자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

현재 건설업계에 닥친 유동성 위기는 바로 미분양 적체에 기인한다. 그렇다면 미분양은 왜 발생한 것일까? 그것은 건설업계의 무리한 사업 추진과 과도한 수주, 그리고 가공할만한 고분양가에 기인한다. 오죽하면 시장경제 국가에서 '분양원가 공개'라는 해괴한 제도까지 생겨나게 됐을까.

2000년대 초반 주택시장이 붐을 일으키자 건설사들은 너도 나도 주택시장에 뛰어들었고 결국 주택공급 과잉으로 인해 시장 파이가 줄어들었고 이제 퇴출당하는 업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건설업계는 그다지 변한 것 없는 모습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공급된 물량은 저마다 '배짱 분양가'라고 불릴 만한 높은 분양가를 책정했고 최근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되자마자 나오는 물량들도 고분양가 일색에 분양권 전매행위라는 투기요소를 강조하면서 홍보에 나서고 있다.

건설업계의 이러한 모럴헤저드를 비판하는 기사라도 나가면 국민들은 즉각 건설업계를 비판하는 동조성 댓글을 단다. 건설업이 급기야 국민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분양권 전매로 건설업계가 재미를 본 것은 지난 2001년과 2002년이다. 이제 7~8년이나 지난 예전 방식의 마케팅을 아직도 써먹고 있다.

당시는 분양가도 그다지 높지 않았고, 무엇보다 주택공급량이 부족해 그런 마케팅 전략이 먹힐 수 있었지만 이젠 아니다. 그래놓고도 업계는 건설업이 대한민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강조한다.

건설업계가 2010년 이후를 내다보기 위해선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함께 자정 노력을 보여야 한다.

지금 상황을 단순히 일시적 유동성 지원이나 분양 노력 등으로 넘기엔 골이 너무 깊다.

어쩌면 이 상황에서 시장에서 실패한 업체들은 퇴출되는 것이 시장경제에서는 맞는 일일 수 있다.

지난해 태동 60주년을 맞은, 국내 산업의 최고참인 건설산업이 더 이상 국민들에게 백안시되지 않는 길은 끊임없는 자정 노력, 바로 그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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