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수산물 가공업체 ‘아리울수산’을 창업해 10년 만에 30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한 전라북도의 대표적인 강소기업 박금옥 대표의 말이다. 이번 인터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따라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박금옥 대표는 아리울수산을 창업하기 전까지는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군산에서 작은 조선소를 운영하는 남편과 함께 살면서 원불교 신자로서 군산시부 원봉공회 회장을 30년간 맡아 시내 무료급식소 소장을 맡으면서 봉사활동에 매진했다. 박금옥 대표가 ‘박대’를 사업화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박 대표의 집안 어른이 병상에서 어렸을 때 먹었던 박대 껍질로 만든 박대묵을 먹고 싶어 했다. 박 대표는 지인에게 부탁했지만 살 곳은 찾을 수 없어 결국 직접 쒀서 박대묵을 만들었다. 이때 박 대표의 남편은 박대묵과 같은 향토 음식이 사라지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빈 건물에 공장을 해보라고 권유를 했다.
그러나 창업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2010년 군산시 금암동에서 작게 시작한 박대묵 공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폐업했다. 당시 박대묵은 널리 알려진 식품이 아니었고 나이 많은 사람들이나 어릴 때 먹던 추억의 음식으로 다소 생소했기 때문이다. 또 생각하지 못한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직접 쒀서 판매한 묵이 판매가 저조할뿐더러 온도에 민감해 겨울에만 판매할 수 있었다. 박대묵은 결국 사업화하기에는 맞지 않았다. 박 대표는 굴하지 않고 정부와 지자체가 수산물 가공공장 설립을 지원하는 사업에 신청해 2011년 지금의 아리울수산을 창업했다.
부둣가에서 해풍에 꾸덕꾸덕하게 말린 박대는 군산 향토 음식으로 ‘시집간 딸에게 박대를 선물하면 버릇이 돼 친정에 자주 들른다’라는 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마치 ‘집 나간 며느리도 전어 굽는 냄새를 맡으면 돌아온다’라는 속담과 비슷하다. 박대는 예로부터 차례상과 명절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박 대표는 “수산물 가운데에서도 박대는 군산 사람들에게 오래전부터 구이와 찜으로 사랑받아 왔으며 추석이나 설날의 상차림에도 꼭 오르는 생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렸을 때부터 생선을 즐겨 먹었고 특히 박대와 조기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결혼한 이후에도 생선의 본고장 째보선창 출신인 시댁의 영향도 받았다. 째보선창은 전북 군산시 금암동에 있었던 포구의 이름이다. 째보(언청이) 객주가 포구의 상권을 모두 장악하고 있어 ‘째보선창’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시야가 넓어지면서 군산이 항구도시로 위상이 있는데 생산가공시설이 낙후된 점에 속상한 마음을 갖게 됐다. 어떻게 하면 풍성했던 옛 항구도시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박 대표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박대를 군산의 키워드로 만들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리울수산이 판매하는 박대는 황금색을 띠고 있어 ‘황금박대’로 불린다. 2012년 ‘사랑해(海) 황금박대’로 특허청 상표출원 및 등록을 마쳤다. 아리울수산의 상표인 ‘사랑해’는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다는 뜻을 담고 있다. ‘군산을 비롯한 서해에서 잡아 올린 박대가 최고의 식품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박금옥 대표의 사명감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또 클린사업장,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을 획득해 품질관리에 역점을 두고 있고 친환경적이고 사회공헌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기업에 주어지는 로하스(Life 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인증, 바이(BUY)전북상품 인증을 갖추고 있다. 특히 2년 연속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증한 소비자 중심 경영(CCM, Consumer Centered Management) 우수기업이기도 하다. CCM 인증은 기업이 제품이나 용역을 제공하는 모든 경영 활동을 소비자 중심으로 구성하고 있는지를 평가해 공정위가 인증하는 제도다. 식품은 소비자와 가장 밀접하면서 민감한 업종에 속해 식품기업의 CCM 인증 획득은 소비자 입맛뿐만 아니라 편의와 건강까지 고려해 제품을 만든다는 점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지난해에는 전라북도가 성장 가능성이 큰 도내 유망중소기업 18개사 중의 한 곳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사회적 기업'
女기업 판로확장 위한 정부 지원 절실
아리울수산이 다른 수산물판매업체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소규모 판매의 대량화를 이끌었다는 점이다. 최첨단시설을 갖춘 공장에서 위생적으로 가공하고 진공포장을 실시하면서 대량판매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박 대표는 여성 CEO지만 그 누구보다 열심히 발로 뛰었다. 수산물·식품이라는 명칭이 붙은 행사에는 모두 참석한 아리울수산은 1년간 30개 이상의 박람회장을 찾았을 정도였다. 여기에 홈쇼핑 판매까지 더하면서 전국적인 인지도가 생기기 시작했다. 현재는 제주도는 물론 전국에 판매된다. 2017년부터는 수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매년 미국 LA 한인 축제에 참여해 제품을 판매하고 홍보를 적극적으로 실시해 미주 한인마켓을 중심으로 수출을 시작해 점차 늘려나가고 있다. 수출액도 2017년 2만4951달러에서 2018년 4만550달러, 2019년 13만8974달러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박 대표는 “박대는 담백하고 비린내가 적어 남녀노소 선호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껍질에도 풍부한 피쉬콜라겐이 함유돼 있어 식품 개발 적용에 큰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현재 박대살을 이용한 꾸이류 및 김스낵류와 같은 스낵제품에 관한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하고 있으며 피쉬콜라겐이 풍부한 박대 껍질을 이용한 마스크팩 등의 신규 제품 개발을 토대로 한인 시장을 넘어 미주 전역, 나아가 유럽시장까지 진출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 대표는 또 지역사회 공헌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역의 사회적 취약계층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일자리를 보장해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현재 10여 명의 지역주민을 생산직원으로 고용해 연간 30톤 이상의 수산가공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 서해 연안의 풍부한 어장을 가진 수산도시인 군산의 특징을 잘 살려 수협 및 인근 연안에서 제품 원물을 구매해 지역어가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아울러 지역 내 포장재 제조업체를 통해 제품포장지, 박스를 구매하고 농협로컬푸드, 전라북도우수상품관에 생산제품 등을 납품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를 통해 군산지역의 질 좋은 제품들을 생산 홍보하며 지역경제와 함께 상생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박 대표의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은 그에게 많은 직함을 맡게 했다. 박 대표는 군산박대향토사업단 추진단장, 군산여성경영인 이사,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전북지회특별이사, 군산대 식품클러스터 겸임교수,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전북지회이사, 군산여성경영인 부회장 등 굵직굵직한 타이틀을 갖고 있다. 박 대표는 여성 CEO의 장점으로 “특유의 섬세함과 꼼꼼함으로 사업의 전반을 섬세하게 잘 살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수평적인 관계를 추구해 회사 내에서 직원과의 의사소통이 자유롭고 상호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자유롭고 리더와 구성원 간의 관계를 중시하는 점을 꼽았다. 다만 비즈니스 관계에 있어 학연, 지연, 군대 등 사회적 연대감이 다소 떨어져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여성으로서 영업판로를 확장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박 대표는 후배 여성 경영인에게 “우선 제품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하고 자신이 누리고 있는 편안함, 안락함 등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는 정도의 열정을 가졌는지 스스로 끊임없이 물어보고 스스로 답을 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업 전반에 대해 이해를 하고서 기업체를 운영해 나가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박 대표는 “접대, 선물을 통한 신뢰 관계 형성보다는 좋은 제품과 납기일 엄수 등 약속을 지켜 소비자, 거래처와의 굳은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거래처와 소비자의 의견을 꼼꼼하게 반영해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에 바라는 점을 묻자 박 대표는 “정부가 여성 기업의 제품 판로 확장을 위한 TV 홈쇼핑 지원 사업 횟수를 늘려주고 코로나19로 인해 초래된 산업 전반위기에 대응해 경영자금안정정책이 더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