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독감백신 공급량은 전 국민의 57%에 해당하는 2950만 명분으로, 작년보다 500만 명분이 증가했다. 작년에 폐기된 물량까지 고려하면 올해 700만 명분이 추가로 확보된 셈이다. 독감백신 생산업체들은 일반적으로 공급량의 10~20%를 재고로 떠안아 왔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트윈데믹으로 독감백신 수요가 증가한 데다 상온노출 사고, 백색 입자 발견 등으로 수거된 물량이 발생해 백신 공급량이 부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작년보다 생산ㆍ공급은 늘었는데 재고는 감소하는 상황인 만큼 독감백신 제조업체들의 3분기 실적에 관심이 쏠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독감백신 접종 점유율 1위인 GC녹십자는 지난해 850만 도즈(1도즈=1회 접종량) 이상을 국내에 생산ㆍ공급한 데 이어 올해는 1000만 도즈 이상을 공급했다. 그 뒤를 쫓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600만 도즈에서 올해 50% 늘린 900만 도즈를 공급했다.
올해는 트윈데믹 우려로 국내 독감백신 공급량을 늘린 업체가 다수다. 또 국가 무료접종분 공급이 늘면서 유료접종보다 시장가격이 60% 저렴하게 책정되기도 했다. 다만 독감백신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상온노출 사고로 48만 도즈가 수거됐고, 백색 입자 발견 우려로 61만 5000도즈도 폐기돼 총 109만 명분의 독감백신이 전체 접종 물량에서 제외됐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두 건의 독감백신 회수로 부족한 물량이 60~70만 개”라고 밝힌 바 있다.
GC녹십자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1년 영업이익을 웃도는 실적을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GC녹십자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4244억 원, 영업이익은 47% 성장한 539억 원으로 기대된다”라며 “작년 연간 영업이익이 403억 원이었는데 올해 3분기 영업이익만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보다 높은 실적을 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다 GC녹십자는 국내 독감백신 공급량뿐 아니라 3분기와 4분기에 공급하는 북반구 수출량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GC녹십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북반구 독감백신 수출은 180억 원이었는데 증권가에서는 올해 같은 기간 수출액이 320억 원 가량일 것으로 추정한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트윈데믹 우려로 올해 독감백신 접종률이 크게 증가했고, 독감백신 폐기 물량 또한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한다”라며 “북반구 독감백신 주문량도 올해 320억 원 규모로 예상되면서 GC녹십자의 영업 이익률은 전년 3분기 9.9%보다 3%p 증가한 12.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독감백신 수요 이런 추세로 증가한다면 매년 4분기 백신 폐기물량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던 녹십자의 4분기 영업이익도 흑자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GC녹십자 측 관계자는 “계절 독감 백신은 수출보다 국내 공급이 훨씬 많은데 올해는 국내 공급뿐 아니라 수출 물량도 늘었다. 또 계절 독감 백신은 재고가 발생하면 제조사가 비용처리를 해야 하지만, 이번에는 독감백신 수요가 늘어 재고 발생 우려가 낮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올해 3분기 늘어난 독감백신 수요로 실적 호조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달 이달미 SK증권 애널리스트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올해 3분기 백신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505억 원)보다 70% 성장한 859억 원, 영업이익은 160% 성장한 24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올해 3분기 국내 독감백신 수요가 전년 대비 3배 증가할 전망”이라며 이같이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