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에 비검사 출신인 이용구(56ㆍ사법연수원 23기) 변호사가 새 법무부 차관에 내정된 것은 4일로 예정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와 무관하지 않다. 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 결정에 따른 후폭풍이 상당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청와대는 2일 이 내정자의 임기가 3일 시작된다고 밝혔다. 이 내정자는 인천지법, 광주지법, 대법원 등을 거친 판사 출신이다.
법무부 차관은 줄곧 검사 출신들이 맡아왔다. 판사 출신이 법무부 차관에 내정된 것은 1960년 8월부터 1961년 5월까지 재임했던 김영환 12대 법무부 차관 이후 처음이다. 당시 김 전 차관은 조재천 11대 법무부 장관과 호흡을 맞췄다. 조 전 장관 역시 판사 출신이었다.
이 내정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비검찰 출신 최초로 법무부 법무실장을 지내다 지난 4월 사표를 내고 변호사로 개업했다. 진보성향의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소속이었던 이 내정자는 대표적인 친여 인사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초대 처장, 차장 후보로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법률대리인으로 이름을 올렸고,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추 장관의 인사청문회 준비단장도 맡았다.
이번 인선은 윤 총장의 징계위 강행을 위한 포석인 것으로 해석된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징계청구권자인 추 장관은 징계위원회에 참가하지 못한다. 추 장관이 지목하는 위원이 위원장 대리를 하게 되는데 당연직 위원인 법무부 차관이 그 역할을 할 전망이다.
해임 등 중징계가 예상되는 가운데 추 장관과 법무부 차관의 의견일치가 중요한 요소였다. 앞서 사의를 표명한 고기영 법무부 차관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양형을 두고 추 장관과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징계위에서 윤 총장의 해임 의결을 강행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추 장관은 안팎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이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직무배제하고 징계하겠다고 밝힌 뒤 법무부 차관 후보군인 고검장급 고위 간부 9명 모두가 등을 돌렸다. 차순위인 지검장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을 제외한 15명의 지검장이 비판하고 나섰다. 추 장관으로서는 차기 법무부 차관 임명 제청의 선택지가 별로 없는 상황이다.
전국 평검사들은 7년 만에 평검사 회의를 열어 집단반발했고, 대한변호사협회와 법학교수회 등 외부에서도 추 장관의 조치를 비판했다. 진보성향인 참여연대도 “과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특히 서울행정법원이 전날 윤 총장이 낸 직무정지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추 장관은 더욱 궁지에 몰렸다. 재판부가 '인사권을 과도하게 행사하면 안된다'는 취지의 결정을 하면서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명령은 무리수가 아니었냐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인 친정권 인물로 분류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측근인 차장검사도 물러났다. 김욱준 1차장검사는 전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존재가치를 위협하는 조치들을 즉각 중단해 주시기 바란다"며 이 지검장에게 직접 사표를 냈다.
이 지검장과 최성필 2차장검사의 사의설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1ㆍ2 차장검사가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 징계위원으로 지명되자 사의를 표명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서울중앙지검 측은 “1·2차장은 징계위원으로 지명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이 지검장과 최 차장검사의 사의 표명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