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LG전자가 출시한 48인치 올레드(OLEDㆍ유기발광다이오드) TV가 ‘거거익선(巨巨益善·크면 클수록 좋다)’이라는 시장 문법을 깨고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소니·도시바 등 48인치 TV 후발주자로 나선 글로벌 전자업체들도 늘어나면서 올레드 패널을 독점 생산하는 LG디스플레이 역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17일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4분기 TV용 올레드 패널 출하량 수치에 처음으로 포함된 48인치 출하량은 8만 장으로 전망된다.
이 물량 중 상당수는 LG전자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48인치 올레드 제품을 시장에 가장 처음 내놓은 데다, 출시 이후 ‘완판 행렬’이 이어지는 등 흥행세도 꾸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LG전자가 6월 48인치 올레드 TV를 처음 출시한 후 약 한 달 만에 1만600대가 팔려나갔다.
지속적인 수요 증가는 제품 개발·출시 단계에선 예상하지 못한 현상이다. 이 제품은 올해 1월 CES 2020에서 첫 공개 됐는데, 당시까지만 해도 65ㆍ75인치 등 대형 TV 선호도가 높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출시국마다 다른 소비자들의 니즈를 공략한 점이 주효했다. 초기 출시국이었던 일본과 유럽의 경우 가옥 구조에서 거실이 상대적으로 좁은 편이기 때문에,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마케팅과 판매 활동을 진행했다.
반면 북미나 한국의 경우 대형 제품 선호도가 여전히 높지만, 세컨드 TV나 고화질 게임용 모니터를 원하는 수요를 노렸다.
고성능을 갖춘 게임용 모니터가 200만 원대를 훌쩍 넘지만, LG 48인치 올레드 출하가는 189만 원이라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7년 만에 모두 새 게임콘솔을 내놓은 상황에서 쾌적한 게임 환경을 위해 과감히 투자하는 소비자층이 늘어난 점도 호재였다.
LG전자 관계자는 “LCD TV 중에서도 30인치, 40인치대 제품이 많은 상황에서, 48인치 올레드 TV가 흥행한 건 프리미엄 TV를 원하지만, 대형 제품은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의 수요를 창출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흥행세에 소니ㆍ도시바ㆍ필립스ㆍ뱅앤드올룹슨 등 글로벌 업체들도 하반기 연달아 48인치 올레드 제품을 공개하며 수요 대응에 나섰다. 소니는 자사 TV 라인업 A9G에 48인치를 추가했고, 뱅앤드올룹슨은 이달 유럽시장에 48인치 올레드 제품 ‘베오비전 콘투어’ 첫선을 보였다.
48인치 올레드 출시 업체가 늘어나는 건 패널을 독점 양산하는 LG디스플레이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추세에 발맞춰 LG디스플레이는 제품 흥행 소식에 내년 48인치 패널을 증산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중국 광저우에서만 48인치 패널을 생산하지만, 국내 파주 공장에도 생산 라인을 준비하고 있다.
3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서동희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48인치 패널 파주 생산을 추진 중”이라며 “물량을 대폭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