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백화점 왕좌를 둘러싸고 주요 백화점의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진 전망이다. 2월 현대백화점이 여의도점의 문을 열면서 서울 시내 최대 백화점 타이틀을 노리자 신세계백화점은 기존 최대 백화점이던 강남점의 리모델링을 통해 맞대응에 나섰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며 시들해진 명동 상권의 롯데백화점 본점도 MZ세대를 겨냥한 명품 전략으로 왕년의 1인자를 꿈꾼다.
현대백화점 여의도점 등장 이전까지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은 신세계 강남점이다. 2010년 개장한 이 백화점은 2016년 증축과 전관 리뉴얼을 통해 영업면적을 기존 1만6800여평(약 5만5500㎡)에서 2만6200평(약 8만6500㎡)으로 늘렸다. 2월말 오픈할 현대백화점 여의도점보다는 2600㎡ 가량 적은 셈이다.
신세계 강남점은 계속해서 리뉴얼에 나서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강남점은 최근 1층에 있던 명품을 2층으로 옮기고, 기존 2층의 럭셔리 화장품을 1층으로 내리면서 1층과 2층 사이에 중층을 만들기로 했다. 이 경우 수백평의 공간이 새로 생겨 현대백화점 여의도점과 규모가 비슷해진다.
특히 수입 명품 구성에서 경쟁사에 앞선다는 평가다. 신세계 강남점은 부유층이 많이 거주한다는 상권 이점과 명품을 무기로 발빠르게 성장해왔다.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샤넬 등 3대 명품이 모두 입점한 백화점은 신세계 본점과 신세계 강남점, 롯데 잠실점, 신세계 센텀시티점,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갤러리아 압구정점 등 6곳뿐이다.
신세계 강남점의 해외 명품 매출 구성비는 24% 가량으로 알려져 롯데 본점의 명품 매출 비중 (12%)보다 2배 가량 높다. 럭셔리 전략에 힘입어 이 점포는 2017년 롯데 본점을 누르고 국내 백화점 점포 매출 1위에 올랐고 2019년에는 국내 백화점 최초로 매출 2조 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매출 2조 클럽에 가입한 곳은 일본 신주쿠의 이세탄 백하점과 프랑스 파리의 라파예트, 영국 런던의 해롯 등 전세계적으로도 극소수다.
코로나19가 강타한 지난해에도 신세계 강남점은 건재를 입증했다. 확진자 여파로 잦은 휴점과 고객의 발걸음이 줄었지만, 명품 매출은 꾸준히 우상향한 덕분에 신세계 강남점은 2020년 매출도 2조 원대가 유력한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백화점 본점도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절치부심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롯데 본점은 수년 간 매출 1조8000억 원에 이르는 국내 백화점 1인자였으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후폭풍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1위 자리를 신세계 강남점에 내줬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직격탄으로 관광객이 완전히 끊기면서 더 큰 피해를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가 꺼내든 카드는 주요 명품 소비 계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MZ세대 공략이다.
올해는 롯데백화점 본점을 시작으로 에비뉴엘과 영플라자가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간다. 백화점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1층의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를 지하 1층으로 이동시키고, 1층에는 20~30대가 선호하는 명품, 컨템퍼러리 패션 브랜드로 꾸미기로 했다. 아울러 명품 브랜드의 추가 유치도 추진 중이다. 현재 본점에는 에르메스 부티크가 없다.
5층은 그루밍족을 위해 하이엔드 럭셔리 브랜드로 채워 ‘남성 명품관’으로 탈바꿈시킨다. 영플라자 역시 2003년 오픈 이후 처음으로 리뉴얼에 돌입해 관광객 위주에서 내국인 중심으로 콘셉트를 바꾸기로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서울 백화점 왕좌는 명품을 얼마나 유치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며 “특히 갤러리아가 여의도 면세점 사업을 포기하면서 이 매장에 있던 명품들이 어느 백화점을 선택하느냐에 달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