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M&A]① ‘피보팅’이 살 길...“비주력은 팔고, 핵심은 보강하고”

입력 2021-01-27 17:55 수정 2021-01-2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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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부실한 기업을 솎아내는 자본주의의 정리 메커니즘이다. 빠른 속도로 변하는 시장을 상대하기 위해 거침없이 ‘피보팅’해야 할 때다. (트렌드코리아 2021)

‘피보팅’이 포스트 코로나 생존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본래 피보팅은 공을 든 채 한쪽 다리를 여러 방향으로 옮기면서 다음 플레이를 준비하는 동작을 가리키는 농구 용어다. 최근엔 기업이 기존 사업 모델이나 방향 등을 바꾸는 전략을 뜻하는 용어로 쓰인다.

인수·합병(M&A) 시장의 키워드 역시 ‘피보팅’이다. 지난해 주요 그룹 등 대기업들이 코로나19 위기 속에 사업 재편 및 산성장 동력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다. 국내 빅4 회계법인의 딜 전문가들은 올해에도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에 따른 M&A 시장이 활발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풍부한 자금력을 앞세운 사모펀드(PEF)의 활발한 시장 참여도 예상된다.

“기업들 ‘선택과 집중’ 나선다”
전문가들은 올해는 ‘선택과 집중’이 돋보일 한 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대기업들이 코로나19 위기 속에 기존 사업을 정리하거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갖춘 알짜기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올해도 행보를 이어간다는 분석이다.

유상수 삼일회계법인 딜 부문 대표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충격 대응을 위해 재무 건전성 확보, 포트폴리오 재편 목적 등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다수의 딜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비핵심 자산을 지속해서 매각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해소 이후에는 기술 확보 및 핵심 사업 확대를 위한 아웃바운드 M&A(한국기업의 외국기업 인수)도 활발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지난 하반기 국내 M&A 시장은 기업 구조조정 장이 들어서면서 반등할 수 있었다. 기업들은 부동산부터 계열사까지 일단 돈이 되는 자산을 매각하면서 유동성 확보에 집중했다. 두산그룹발(發) 구조조정 매물들이 대표적이다. 3조 원 자구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두산그룹은 두산솔루스, 두산인프라코어 등 ‘알짜’ 계열사를 매물로 내놓았다.

▲딜로이트가 발간한 보고서(2020 Charting New Horizons)에 따르면, 코로나19 타격이 큰 기업의 CFO들은 생존에 중점을 두고, 신속한 자산 매각, 비핵심 자산 매각, 포트폴리오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 가치를 회복하려는 전략을 우선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시장 변화에 대응할 능력을 갖춘 기업의 경우, 인수를 통한 시너지 창출을 등 전략적 제휴도 돋보였다.  (자료제공=딜로이트안진)
▲딜로이트가 발간한 보고서(2020 Charting New Horizons)에 따르면, 코로나19 타격이 큰 기업의 CFO들은 생존에 중점을 두고, 신속한 자산 매각, 비핵심 자산 매각, 포트폴리오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 가치를 회복하려는 전략을 우선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시장 변화에 대응할 능력을 갖춘 기업의 경우, 인수를 통한 시너지 창출을 등 전략적 제휴도 돋보였다. (자료제공=딜로이트안진)

하병제 삼정회계법인 딜어드바이저리1 본부장은 “지난해 재무구조 개선과 현금확보, 지배구조 개선, 비주력사업 매각 등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ㆍ사업재편 관련 거래가 증가했다”며 “최근 저성장 및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해 미래 전략사업 M&A 및 제휴, 비주력사업 및 유휴자산 매각 등 대기업의 선택과 집중이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한효석 한영회계법인 전략·재무자문본부 파트너 역시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과 코로나 영향을 극심하게 받는 산업의 포트폴리오 구조조정이 증가했다”면서 “보수적인 시각으로 기업가치 평가도 진행되다 보니 위험 분산 차원에서 구주 거래 딜보다 구조화 딜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특히 올해는 자동차 부품이나 조선기자재, 여행 및 레저 등 중견 그룹 등 미들마켓에 구조조정 관련 거래가 집중될 전망이다. 지난해 제주항공과의 합병 불발로 다시 시장에 나온 이스타항공도 지속 협상에 나선다.

“포스트 코로나 동력을 찾아라”

‘알짜기업’을 인수하려는 대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인수 및 제휴로 기술력 확보까지 걸리는 시간을 앞당기고, 미래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대기업과 중견 그룹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 재편 행보가 뚜렷했다.

글로벌 기업들도 시장 입지를 회복하거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방어와 공격 전략을 조합한 방식으로 M&A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자산 인수 △지속가능성 어젠다 추진 △공급망 탄력성 구축 △새로운 성장 분야 진입을 위한 혁신 자산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회계ㆍ컨설팅 그룹인 딜로이트가 발간한 보고서(2020 Charting New Horizons)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은 통합 활동(47%)과 같은 전통적인 M&A 딜과 매각(21%)으로 이어지는 프로폴리오 구조조정 활동 외에도 공동 벤처, 제휴, 변혁적인 인수합병 등 비전통적 인수 합병 추세가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이 2019년 CES에서 공개한 엘리베이트 콘셉트. 4개의 다리가 여러 방향으로 움직여 파충류나 사족보행 포유류처럼 걸을 수 있고 다리 끝에 달린 바퀴를 굴려 일반 도로에서는 자동차처럼 주행할 수도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자동차그룹이 2019년 CES에서 공개한 엘리베이트 콘셉트. 4개의 다리가 여러 방향으로 움직여 파충류나 사족보행 포유류처럼 걸을 수 있고 다리 끝에 달린 바퀴를 굴려 일반 도로에서는 자동차처럼 주행할 수도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국내 M&A 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현대차그룹은 ‘로봇 개’로 유명한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발표했다. LG전자는 세계 3위의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 장치) 분야 합작법인(JV)을 설립하기로 했다.

또한 지난 10월,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 사업 인수에 10조 원을 투자했다. 이는 역대 최고인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9조 원) 금액을 갈아치운 기록이다.

김보훈 안진회계법인 파트너는 “지난해 SK, LG, 현대차 등 국내 주요 그룹사의 사업 재편과 신성장동력 확보라는 두 축의 경영전략이 맞물리면서 지난해 코로나19에도 M&A 시장이 활발할 수 있었다”며 “SK하이닉스와 현대차의 인수딜 2건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경영전략 실행 사례로, 20조 원에 육박한 거래금액은 전체 크로스 보더 시장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정경수 삼일회계법인 파트너는 “지난해 SK와 LG 그룹의 경우, 비핵심 자산 및 사업은 매각하고 핵심 사업 역량을 키우기 위해 기업을 인수하기도 했다”면서 “올해 주요 대기업그룹 역시 ‘선택과 집중’에 나서는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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