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대통령이 앞장서 주식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펀드에서 뉴딜 펀드로 갈아탄다고 밝히며 상품 이름, 투자금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국가 수장의 재테크 소식은 그간 주식에 관심 없던 사람들까지 솔깃하게 만들었다. 공모펀드 가입 독려, 소부장 기업 활성화에서 뉴딜산업 밀어주기 등의 메시지를 담았지만, 대통령의 수익실현 이전에 실제 소부장, 뉴딜 관련 기업들의 체력 회복으로 이어졌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여당도 대통령의 메시지를 확성기처럼 반복하고 있다. 올 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주식시장이 국민 재산 증식의 무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으며, 동학개미가 경제를 떠받치는 새로운 힘으로 더욱 커지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사실 동학개미는 특별한 주체가 아니다. 손실을 버티지 못하고 가게를 닫은 자영업자,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 학교에 가지 못한 학생 등이 주식계좌를 열었을 뿐인데 이를 뭉뚱그려 새로운 경제 주체로 그려내면서 투자소득에 집중하라고 장려하는 꼴이 됐다.
정치권은 선거철을 앞두고 유권자 눈치만 살피는 형국이다. 한시적으로 금지한 공매도 재개 시기가 도래하자, 정치권에서는 표심을 의식해 이를 재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빚투’ 과열현상, 외국인의 증시 유출 등을 지적하면서도 당장 선거 앞에서 시장은 무한 팽창하는 존재로 인식한 셈이다. 선거 전까지 개인투자자에게 악재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비장함까지 느껴진다.
정부가 ‘주식은 되지만, 부동산은 안 된다’는 이중잣대를 들이대면서 시장참여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선 집값을 잡겠다며 내놓은 정책마다 전국 집값의 매매가·전세가 폭등으로 귀결됐고, 주식 시장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펀드매니저로 데뷔했다는 비아냥거림이 떠돌았다. 정부의 규제 강화, 혹은 완화 사이 자산가격엔 분명 거품이 끼기 시작했고, '뭐라도 사야 한다'는 불안감만 증폭시켰다.
정권 출범 초기엔 대통령의 이름을 딴 제이(J)노믹스, 서민을 위한 정부 등을 내세웠지만, 이제 서민이란 주체는 희미하고, 일자리 만들기는 공허하게 들린다. 영끌, 빚투는 나아질 것 없을 상황에서 더 이상 소외되고 싶지 않다는 마지막 발버둥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자산시장에 특정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정책 방향 자체가 소외감, 공포감을 조장하고 있다는 건 왜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