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기업들이 소비자 보호에 속속 나서고 있다. 인스타그램·틱톡은 청소년을 위해 유해 콘텐츠를 차단하기 위한 관련 가이드라인을, 개인정보 수집으로 몰매를 맞은 구글은 관련 기술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쿠키 무단 수집에 과징금 철퇴… 점진 폐지안 내놓은 구글 = 세계 최대 검색엔진 업체 구글은 개인정보 보호 강화 대책을 3일 내놨다. 구글은 내년부터 인터넷 이용자들의 방문 기록 추적 기술을 활용하지 않고, 관련 기술에 투자하는 것 또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 서핑 기록을 이용한 광고도 판매하지 않겠다고 했다.
쿠키는 이용자가 방문한 웹사이트의 서버가 이용자의 컴퓨터에 저장하는 파일이다. 로그인 아이디와 암호, 장바구니 내역, 사이트 설정 등의 정보를 담고 있다. 구글은 쿠키를 활용해 광고가 잠재고객에게 얼마나 도달했는지, 얼마나 많은 클릭이 발생했는지를 파악해왔다. 컨설팅업체 자운스미디어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해 2920억 달러(약 329조 원)에 달했던 전 세계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52%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구글이 광고를 내려놓고 이용자 개인정보 보호에 나선 것은 애플의 행보와 이용자들의 반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올해 1분기 중 아이폰 운영체제(iOS)를 업데이트, 아이폰·아이패드 이용자의 검색 내역이나 앱·웹사이트 방문 및 활동 기록 등을 추적하기 어렵게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애플의 새로운 추적 방지 기능에 대한 대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구글이 개인정보 보호 규정 위반으로 철퇴를 맞은 것 또한 영향을 미쳤다. 구글은 지난해 12월 사용자의 동의 없이 쿠키를 설치, 맞춤형 광고에 활용한 혐의로 프랑스 규제 당국으로부터 1억 유로(약 131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데이비드 템킨 구글 제품 매니저는 “디지털 광고가 사생활 보호, 개인 정보 활용에 대한 우려에 대응하도록 진화하지 않으면 웹의 미래가 위태로워진다”면서 “쿠키들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개인 추적 기술을 사용하거나 비슷한 것으로 대체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구글은 광고주들이 이용할 광고 구매 도구에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라는 새 기술을 도입했다. 익명화나 데이터 집적 같은 방법을 통해 개인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하지 않고 맞춤형 표적 광고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도구다. 광고주들이 개별 이용자 대신 비슷한 습관을 지닌 이용자 집단을 대상으로 광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글의 이와 같은 행보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규제 당국의 감시를 회피하고, 디지털 광고업체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온라인그루밍에 노출되는 청소년들…보호 나선 인스타그램ㆍ틱톡 = 인스타그램은 2일 ‘부모님을 위한 자녀의 안전한 인스타그램 사용 가이드’를 공개했다. 자녀가 원치 않는 교류 및 온라인 괴롭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제한하기’ 기능을 도입했다. 제한된 계정이 남긴 댓글은 해당 작성자에게만 보이며, 제한된 사람은 이용자의 인스타그램 활동 상태나 DM(다이렉트 메시지) 확인 여부를 알 수 없다.
틱톡도 1월 만 18세 미만 청소년 사용자에 대한 개인정보 보호 및 안전 정책을 강화한 바 있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의 이와 같은 조치는 SNS가 청소년 성 착취의 통로로 쓰일 수 있어서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의 ‘2020년 피해지원 상담통계 분석’에 따르면 사이버 성폭력은 메신저(41.0%), SNS(20.5%)를 통해 가장 많이 일어났다.
개인 SNS에 올린 사진을 도용당한 경험이 있다는 A 씨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성매매 아르바이트 권유를 받은 적이 있다”며 “일반인 사진 도용도 흔한 만큼 이런 조치가 청소년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