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계열의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청약 첫날인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부에서 만난 박귀님(63)씨는 들뜬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지난주 박 씨는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노후자금으로 맡긴 돈 1억 원을 찾아 공모주 청약에 ‘몰빵’했다.
박 씨는 지난해 카카오게임즈의 공모주 청약에선 6주를 배정받아 50만 원 가까이 벌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공모주) 경쟁률이 높으면 1~2주밖에 못 받을 것”이라며 “지난해 SK바이오팜을 생각하면 ‘따상’(공모가의 두 배+상한가)은 ‘떼놓은 당상’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날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청약 증거금으로는 14조8000억 원이 몰렸다. SK바이오팜(5조9000억 원), 빅히트(8조6000억 원)의 첫날 증거금 기록보다는 높지만 카카오게임즈의 첫날 증거금 기록(16조4000억 원)에는 살짝 못미치는 성적이다.
하지만 이번 청약은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균등배정물량이 있는 만큼 최대한 많은 자금을 끌어오는 것보다 최대한 많은 계좌수를 동원하는 게 배정물량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도 있어서다. 때문에 첫 날 6개 증권사 청약에 참여한 총 계좌수는 126만1114건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균등배정은 개인투자자 몫으로 나온 공모주식 물량의 절반을 청약을 넣은 사람들에게 똑같이 나눠주는 방식이다. 비례 방식 배정 물량에 대해서는 종전처럼 증거금을 많이 낸 투자자에게 주식이 많이 돌아간다.
문제는 청약에 참여한 계좌 수가 균등배정 물량을 넘어서는 경우다.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 열기가 이튿날에도 이어진다면 사상 처음으로 ‘청약 추첨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나눠줄 수 없어서 추첨을 통해 1주씩 배분하는 것이다.
공모주 청약을 받는 6개 증권사(NH투자증권ㆍ한국투자증권ㆍ미래에셋대우ㆍ삼성증권ㆍ하나금융투자ㆍSK증권)에는 하루 만에 4억 주가 넘는 수량이 몰렸고, 일반투자자 청약 첫날 경쟁률은 평균 75.87대 1을 기록했다.
증권사별로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82.4대 1을 기록했고, 삼성증권(154.1대 1), 한국투자증권(78.2대 1), 하나금융투자(66.1대 1), 미래에셋대우(63.3대 1), SK증권(30.9대 1) 순으로 경쟁률이 높았다.
이날 경쟁률을 보면 NH투자증권에서 청약한 투자자가 가장 많은 물량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경쟁률이 비슷하다면 물량이 많은 증권사가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통상 공모주 청약은 둘째 날에 투자자들이 더 많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마이너스 통장이나 신용대출 등으로 공모주에 투자할 경우 둘째 날에 청약하는 게 조금이라도 대출 이자를 아낄 수 있어서다.
NH투자증권 영업점 한 관계자는 “중복 청약이 가능하다 보니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을 앞두고 여러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면서 “‘따상’을 노린 스마트 머니가 몰리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상장일에 시초가가 공모가 2배인 13만 원으로 결정되고서 상한가인 16만9000원까지 치솟는 ‘따상’에 성공하면 1주당 10만4000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