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의 발단이 된 이른바 '김기현 동생 30억 원 청탁 의혹 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 사건은 2017년 당시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이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김기현 울산시장 관련 비위 첩보를 넘겨받아 수사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울산지검은 최근 김 전 시장 동생 김모 씨 사건에 대해 재수사 없이 사건을 종결하기로 했다. 울산지검은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해 불기소 처분한 사건으로, 검토한 결과 처분이 부당하거나 재수사해야 할 사정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
김 씨는 2014년 지방선거 직전 울산 지역 건설업자에게 아파트 사업권을 주는 대가로 30억 원을 받기로 하는 이면계약을 맺었다는 의혹을 받았다. 울산경찰청은 김 씨가 시장 동생이라는 영향력을 이용해 30억 원 규모의 용역계약을 체결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으나, 검찰은 사실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울산지검 국정감사에서 다시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김 씨가 경찰에서는 ‘정상적 계약’을 주장하다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변소할 때나 변호인이 작성한 의견서에는 ‘정상 계약서가 아니고 형(김 전 시장)이나 공무원들을 통해서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자백성 진술을 했다”며 “그런데도 검찰은 김 씨가 일관된 진술을 한다고 불기소 결정서에 적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종민 의원도 “해당 사건은 시장 동생한테 시행권을 따달라고 로비를 하다가 발생한 것이고, 그것은 분양 대행 계약의 일환으로 무혐의 처리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 문제는 나중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도 그냥 넘어갈 사건은 아닌 듯 보여 울산지검에서 재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김 씨 사건을 재검토한 울산지검은 당시 불기소 처분에 문제가 없었고, 재수사해야 할 필요성도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 사건은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으로 기소된 황 전 청장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이광철 전 선임행정관(현 민정비서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의 공소장에도 기재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해주 전 청와대 행정관은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부터 받은 진정서 비위 정보를 통해 '울산광역시장 김기현 비리 의혹'이라는 제목의 범죄첩보서를 생산했다.
이후 문 전 행정관은 2019년 10월 범죄첩보서를 이 전 선임행정관과 백 전 민정비서관에게 순차 보고했다. 백 전 비서관은 박 전 반부패비서관에게 ‘경찰에서 이미 수사가 진행 중인데 밍기적 거리는 것 같다. 엄정하게 수사 좀 받게 해달라’는 취지로 말하면서 범죄첩보서를 경찰에 하달해 김 전 시장에 대한 집중적인 수사를 진행하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청은 해당 범죄첩보서를 울산경찰청에 보냈고, 황 전 청장은 당시 사건을 수사하던 지능범죄수사대 수사팀을 새로운 인원으로 교체해 수사에 속도를 올렸다. 공소장에는 황 전 청장은 회의 때마다 ‘다른 사건을 뒤로 미루더라도 울산시장 관련 비리 사건에 지능범죄수사대 전체가 공동으로 대응해 신속 수사하라’는 등 지시를 하달한 것으로 적시됐다.
이에 대해 황 전 청장 측은 "수사팀 수사 인력 교체는 첩보 하달 훨씬 이전에 이뤄졌다"면서 "회의 때마다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양심을 걸고 하명을 받은 적도 없고, 절차대로 토착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다음 달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3부(재판장 장용범 부장판사) 심리로 첫 공판이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