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는 시세가 널뛰어 몇 초 사이 40%를 까먹었다. 발밑이 꺼지는 느낌을 처음 받았다. 코인 투자를 하는 친구와 서로 ‘돔황쳐’를 외치지만, 알트코인 대장주 몇 개를 여직 보유 중이다. 당분간 건들지 않고 묵혀둘 생각이다.
정부 당국의 엄포에도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2030세대의 열기를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돔황쳐(도망쳐)’를 외치면서도 가상자산에 빠져든다. 자산가격 상승을 월급 상승분으로 따라갈 수 없어 코인 투자로 만회해 보겠다는 생각에서다.
‘돔황쳐’는 본인이 투자한 코인에 악재가 발생하거나 평단가가 급락할 때 사용하는 ‘밈(유행어)’이다. 2030세대가 본격 주식 시장에서 가상자산 쪽으로 발을 들이며 이를 묘사하는 유행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가상화폐 앱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자산 투자에 2030세대가 대거 유입됐다. 가상자산 거래 앱 사용자 가운데 2030 비중은 5개월간 52.7%에서 59%로 늘었다. 가상자산 투자자 절반 이상이 2030세대에 몰린 것이다.
이투데이가 취재한 대부분의 2030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급증하는 집값을 주된 투자 이유로 꼽았다.
지난 1월 3년째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가상자산에 뛰어든 B 씨(29)는 “최근 이사를 위해 부동산을 돌아다녔는데, 아무리 돌아다녀도 집을 살 수 없겠더라”라며 “주식시장이 불타올라 우량주 하나에 50만~70만 원에 달하니 들어갈 수 없는데, 코인은 몇백 원짜리부터 몇천 원짜리까지 있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라고 말했다. 부동산, 주식 등 비교적 안정적인 자산에 진입할 수 없어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코인 쪽으로 시선이 쏠렸다는 설명이다.
최근 생활비 대출을 받아 코인에 소액 투자를 시작했다는 직장인 C 씨(31)는 “늘 간접도박을 하는 느낌”이라며 “주식 시장과 다르게 코인 시세가 널뛰지만, 타이밍만 맞추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하더라”라고 기대를 비쳤다.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휴학생 D 씨(25)는 “코로나19로 수업도 취업도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그냥 손 놓고 하루 종일 누워있기보다 24시간 돌아가는 차트라도 보는 게 뭐가 잘못이냐”라고 말했다.
2030세대 투자자들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는 지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으로 모든 가상화폐 거래소는 9월 24일까지 은행으로부터 실명 확인이 가능한 계좌를 받아 신고해야 한다. 신고하지 못한 거래소는 폐쇄 조치된다. 현재 은행들과 실명계좌를 트고 영업하는 거래소는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단 4곳뿐이다.
은행과 지속해서 접촉하고 있다는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 또한 “꽤 구체적인 수준까지 은행과 논의됐는데, 코인 투기에 관한 얘기가 나오면서 승인 평가도 더 깐깐해졌다”라고 토로했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종합 검증 역할을 맡은 시중 은행들의 심사에 구조조정 풍파가 불어닥칠 수 있다 우려하는 것이다.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의 불안정성 문제도 누차 지적됐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법 위반이나 부적절한 코인 사용, 기술 취약점 포착 시 거래 유의 종목 지정을 거쳐 상장된 코인을 폐지한다. ‘거래지원 종료’라 불리는 코인 상장 폐지 시 투자자들이 매수해놓은 코인은 회복할 수 없다. 빗썸의 경우 2020년 21개, 2021년 7개의 코인이 상장 폐지됐다. 업비트 또한 2021년 들어 12개의 코인을 상장 폐지했다.
가상자산이 촉발할 위기가 지속해서 전달되는데도 2030대는 코인 투자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투자 기회로 여기는 심리도 드러났다.
A 씨는 “상장 폐지가 예상되면 거래 시 ‘유의’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며 “그 전에 수익을 내고 빼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D 씨는 “정공법이 안되면 지름길이라도 찾아야 하지 않나”라며 “위험하니까 (코인 투자를) 하지 말라 하는데 그럼 가만히 어떻게 먹고 사나”라고 울분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