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 가격이 오른 이유로는 이상기후로 작황이 좋지 않았다는 것인데, 실제로 대파 주산지인 전남지역에는 지난해 장마가 극심해 여름철 누적 강수량이 1000㎜에 이르러 1년 내릴 비의 70%가 쏟아졌다. 3개의 태풍이 연이어 9월까지 피해를 입혔다. 1월 초 겨울 대파 출하 시기에는 혹한으로 땅이 어는 일이 없던 신안 임자도의 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떨어지며 사흘 연속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갔다. 기후위기가 우리 먹거리에 끼치는 영향이다.
외부 영향만큼이나 생산의 구조적 문제도 있는데, 근래 3~4년간 대파 농사가 가격하락(200원대/㎏)으로 재배면적이 줄었고, 대부분이 외국인인 노동력을 코로나19로 구하기 어려워진 이유도 있다.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농산물 가격이 생산량이 줄어 다시 오르는 국면인데, 이상기후로 그 폭이 커지니 수입으로 수급을 맞추는 생산 기반의 악순환 구조가 되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이미 대파 재배의향 면적이 늘어나 다시금 올겨울에는 가격 폭락이 우려되고 있다.
농산물 생산-수급의 본질적 문제이기도 하나, 정부는 가격폭등에 대해서만 수입 수급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생산비는 보장되는 안정된 농사를 짓도록 뒷받침하는 정책을 펼치며 수급을 조절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농정은 작황예측과 물가점검만 할 뿐 생산의 지속과 안정에는 무심하다. 생산자들은 때가 되면 가격이 내릴 텐데 언론이 너무 호들갑스러워 수입물량만 늘린 꼴이라, 80% 아래로 내려간 대파 자급률이 앞으로 더 떨어지고 생산 기반은 더 위축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달걀값이 폭등한 ‘금란’은 ‘금파’와는 전혀 다른 과잉 대응이 문제이다. 지난해 달걀 소매가격은 중품 특란 30개 기준으로 5300원 안팎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올 초부터 가파르게 올라 설 전후로는 8000원까지 오르고 지금도 전국 평균 7500원 수준이다.
앞선 칼럼에서 예방적 살처분에 처한 한 농장을 언급한 바 있는데, 정부도 언론도 달걀값 폭등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이라고 말하고 있다. AI가 확산되어 달걀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만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인과관계 속에는 ‘살처분’ 위주의 가축방역정책의 문제가 숨어 있다.
지난해 11월 전북의 오리농장에서 발병한 이후 3월 말까지 전국적으로 106곳의 가금농장에서 AI가 발생했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3000만 마리의 닭과 오리를 살처분했다. 전염이 잘되고 치명적이기에 밀집 사육하는 농장에서 AI가 발생하면 감염 농장의 가금은 살처분하고 있다. 달걀을 생산하는 산란계의 경우는 전국 약 7300만 마리 중 23%에 이르는 닭과 달걀이 살처분 폐기되었다. 이로 인해 달걀 수급에 문제가 생기니 정부는 4400만 개의 달걀과 6700만 개분의 가공란(냉동달걀물), 병아리 14만 마리를 수입하고 있다.
문제는 건강한 닭을 단지 발생농장으로부터 반경 3㎞ 이내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예외없이 살처분한다는 데 있다. 지난겨울에만 AI에 감염된 산란계 농장(45건)의 4배가 넘는 농장의 닭들이 ‘예방적 살처분’에 처해졌다. 이렇게 광범위하고 무분별하게 예방적 살처분이 실행된 사례는 없다.
정부는 강화된 살처분 기준으로 철저하게 방역하여 AI 피해가 심했던 2016~17년도에 비해 가금농장 발생을 3분의 1수준으로 막았다고 평가한다. 이것은 마치 산불을 맞불로 막겠다고 네 배가 넘는 주변 산을 모두 태우고는 산불을 막았다고 얘기하는 꼴이다. 신중한 예방적 살처분, 사육입지와 환경의 개선, AI 백신의 시범 도입, 질병관리등급제 등 건강한 축산과 민주적 방역행정 개혁을 위한 국회의 역할이 필요하다.
농업과 먹거리는 경제활동의 근본이다. 농정은 눈에 띄는 소비 수급만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생산의 안정과 확충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그리고 생산과 수급의 여건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설득하여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먹거리 생산-소비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금파, 금란 상황이 모두 국내총생산(GDP)에는 긍정적 수치를 보여줄지 모르나, 농업·농촌의 지속과 식량주권의 관점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