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1분기 제약바이오업계의 실적 희비가 갈렸다. 제약사의 경우 업계 1위 유한양행만이 기저 효과로 웃었고, 한미약품, 종근당, 동아에스티 등은 연구개발비 증가, 코로나19 여파로 매출 부진에 따라 실적이 뒷걸음질쳤다. 반면 바이오 업체는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는데 SK바이오사이언스는 처음으로 흑자 달성에 성공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제약사 중 유일하게 호실적을 받아든 유한양행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1% 증가한 3790억 원, 영업이익은 지난해 보다 1195% 성장한 138억 원을 기록했다. 유한양행 사업 부문은 크게 약품 사업과 생활용품 사업, 해외 사업으로 나뉘는데 전 영역 고르게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부진했던 전문의약품(ETC) 매출이 전년 대비 14.6% 늘었고, 일반의약품(OTC) 역시 22.7% 상승했다.
유한양행은 올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정(레이저티닙메실산염)'의 상용화에 따른 수익을 기대한다. 렉라자는 국내 31번째 개발 신약으로 하반기에는 국내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주력 사업인 독감 백신 수요 증가로 창사 이래 최고 매출을 쓴 GC녹십자는 백신 부문 매출 공백으로 올해 1분기 전년 대비 부진한 실적을 받아들었다. GC녹십자의 1분기 매출액은 282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0억 원으로 18% 줄었다.
GC녹십자에 따르면 남반구 독감백신 공급시기가 지난해와 달리 2분기로 잡혔고, 국내 판매를 맡았던 외부 도입 백신(조스터박스, 가다실)의 계약이 지난해 말 종료되면서 일시적인 매출 공백이 발생했다.
다만 독감백신 경쟁사였던 SK바이오사이언스가 올해 독감 백신의 생산을 중단하고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총력을 쏟기로 결정하면서 올해 GC녹십자는 독감 백신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경쟁사의 독감백신 생산중단 선언으로 녹십자가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이고, 전년 1600억 원 수준이었던 국내외 독감백신 매출도 올해는 3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종근당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6.1% 증가한 3107억 원을 기록해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영업이익은 14.1% 감소한 224억 원에 그쳤다. 코로나19 치료제인 ‘나파벨탄’(성분명 나파모스타트) 임상 등 비용 증가로 경상기술개발비가 전년 대비 53.9% 상승하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앞서 종근당은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벨탄 임상 2상을 끝낸 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했지만 승인받지 못했다. 이후 지난달 임상 3상 계획을 식약처에 승인받고 현재 코로나19 중증의 고위험군 환자를 600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을 추진 중이다.
한미약품은 코로나19 여파로 호흡기 제품과 수출 부문 실적 부진으로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6.2% 감소한 2703억 원, 영업이익은 4.2% 성장한 299억 원을 기록했고, 동아에스티는 ETC 실적 부진으로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30% 줄어든 1409억 원, 영업이익은 98.4% 감소한 9억 원에 그쳤다.
반면 바이오 기업들은 제약사 대비 견조한 실적세를 이어갔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1분기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 등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422% 증가한 1127억 원, 영업이익은 지난해 55억 적자에서 537억 원 흑자로 전환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안동 공장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위탁생산해 국내 공급하고 있고, 노바백스 백신은 6월 초도 물량 생산을 시작으로 3분기까지 4000만 도즈(2000만 명분)을 생산ㆍ공급한다.
오병용 한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실적에 가장 중요한 3가지 사업은 아스트라제네카 CMO, 노바백스 CMO, 노바백스 L/in(라이선스 인, 기술이전 생산) 사업이다. 이 중, 1분기에는 가장 수익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아스트라제네카 CMO만 있는 상황에서도, 47.7%의 영업이익률과 5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 창출력을 증명했다”라며 “하반기부터는 노바백스 CMO의 시작과 더불어 가장 수익성이 높은 노바백스 국내 L/in 매출이 시작된다. 하반기로 갈수록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된다”라고 내다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공장 가동률 확대로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성장한 실적을 받아들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2608억 원, 영업이익은 19% 성장한 734억 원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3공장 본격 가동에 따른 판매량 증가로 매출이 늘었고, 영업이익 역시 1, 2공장의 안정적 가동, 3공장의 조기 수주 목표 달성에 따라 점진적인 가동률 증가로 전년 대비 성장했다”라고 설명했다. 3공장 생산규모는 18만ℓ로 전체 생산규모 36.4만ℓ의 49.5%를 차지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1월 착공한 4공장(25만6000ℓ)을 내년 말 부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으로, 올해 4공장의 조기 수주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한편 아직 1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셀트리온이 1분기 5000억 원을 넘는 매출을 올릴 것으로 내다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1분기 추정 매출액은 511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7.7%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1914억 원으로 9.2% 증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