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운의 혁신성장 이야기] 우리는 청년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입력 2021-05-10 05:00 수정 2021-05-10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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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대학가는 개업 휴업 상태에 있다. 코로나19로 사상 초유의 강의실 봉쇄가 1년을 넘기고 있다. 교수도 이런 상황에 적응해 교과목의 지식은 동영상 강의로 전달하고 실시간 온라인 수업은 발표와 토론으로 진행한다.

비대면 수업 방식을 학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 익명 강의평가 내용을 살펴봤다가 살짝 충격을 받았다. 이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의견이 몇 가지 있는 것이다.

먼저 학생들이 발표하는데 교수님이 왜 중간에 끊고 들어와 발언하느냐는 불만이 눈에 띈다. 발표 내용이 마음에 안 들거나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해 가르쳐 주려고 개입한 것에 불쾌함을 표시한다.

가장 놀란 강의평은 교수가 학생들에게 반말한다는 지적이다. 대면 접촉을 하지 않아 학생들과 친해지지도 않았는데 온라인에서 학생들에게 반말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의견이다. 친근감의 표시로 말을 놓은 것을 학생들은 무례하며 권위적이라고 받아들인다.

세대가 달라졌구나 하면서 몇 가지 반성한 점이 있다. 학생들의 권익 의식이 높아진 것이다. 학생들을 아랫사람으로 보고 반말하며 가르치려고 하면 교수라도 ‘꼰대’ 취급당한다.

이런 청년들을 우리 기성세대가 얼마나 알고 이해할까? 수많은 청년 대학생을 오래 접촉해 온 교수들도 솔직히 잘 모른다. 그런데,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은 청년을 아주 잘 아는 것처럼 청년을 위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지난 4ㆍ7 보궐선거에서 표출된 청년들의 분노를 달래려고 정치권이 분주하다. 각 정당은 청년의 복지와 미래를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 선언하고, 정부는 청년의 일자리와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한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 나올 정치인들은 청년들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현금 지원대책을 발표한다. 어느 지자체장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년들에게 세계여행비 1000만 원을 지원하겠다 말한다. 다른 정치인은 군 복무를 마친 청년들에게 3000만 원의 사회 출발자금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사회초년생에게 ‘1억 원 통장’을 마련해 주는 방안을 구상하는 정치인도 있다.

현실적이지 않은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변명하며 한발 물러선다. 재원조달 방안이 불분명하다는 비판론은 차치하고라도 과연 청년을 제대로 이해하며 이런 정책을 내놓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청년들이 취업난에 시달려 직장 잡기가 쉽지 않다. 당연히 돈이 부족하고 부동산 폭등에 내 집 마련을 걱정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청년들을 위로하는, 일자리와 주거 안정을 보장해 주는 지원대책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시혜를 베풀 듯이 퍼주고 생색내면 청년들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정치인들이 자기 이름을 알리고 권력을 잡기 위한 목적으로 과장된 청년 지원 정책을 내세우는 것은 희망고문으로 불신만 받는다. 정권을 잡으면 여러 이유를 대서 실제로 이행하지 않을 것이 뻔하다. 설사 이행한다 해도 선정 기준과 지원 조건을 까다롭게 해 청년들의 자존심을 짓밟아 놓을 것이다. 지금도 공공인턴, 청년주택, 청년수당과 같은 청년지원책이 청년들을 비참하게 만들고 있다.

청년과 대화한다며 정치인이 주인공으로 나서서 자기 말만 하는 토크 쇼를 청년들은 불편해한다. 정당에서 청년위원회를 만들고 청년들에게 한 자리씩 챙겨줘도 청년은 장식품에 불과하다는 점을 잘 안다.

정치인들이 말로는 청년을 위한다면서 속으로는 가재나 붕어 취급하는 것을 청년들은 불쾌하게 생각한다. 국가 예산으로 지원금이나 혜택을 베풀면 청년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다는 단세포적 발상을 청년들은 무례하다고 간주한다.

기회의 평등이나 절차의 공정도 청년을 존중하는 자세에서 출발해야 한다. 청년을 조연이나 장식품이 아니라 주인공으로 존중하고 대우하는 정책이어야 청년들의 마음을 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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