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동기들과 술을 먹고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사망한 군의장교의 유족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3부(재판장 정철민 부장판사)는 사망한 A 씨의 유족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12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 씨는 2016년 2월 군에 입대 후 육군에서 군의장교로 복무했다. A 씨는 같은 해 12월 경기도에 있는 한 노래주점에서 군의장교 동기 2명과 술을 마시다가 계단에서 실족해 바닥에 머리를 부딪쳤다.
해당 노래주점 업주는 곧바로 119에 신고했으나 함께 있던 동기 2명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공무원의 이송 권유를 거절하고 A 씨를 부대 회관에 취침하게 했다. 이후 뇌출혈 증세가 의심된다는 군의장교의 소견에 따라 A 씨는 응급헬기를 통해 큰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2017년 1월 3일 뇌사로 판정돼 사망했다.
유족들은 당시 군의장교 2명이 진료가 필요한 군인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하는 등 직무 집행 과정에서 군보건의료법을 위반해 A 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국가배상법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A 씨 동기들이 사고 발생 후 취한 행동이 국가배상법에서 명시하는 ‘직무 집행’의 범위 내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고가 발생한 회식은 군의장교 동기 관계에 있는 이들끼리 이뤄진 것으로 친목 도모를 위한 사적 모임에 가깝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 씨와 동기들이 상호 간에 업무상 지시 및 감독할 수 있는 관계에 있지 않았고 당시 회식도 업무의 연속 선상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동기들이 직무집행 중에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기들은 A 씨에 대한 보호 의무를 자발적으로 인수했다”면서 “이는 군의장교로서 지위를 가지고 직무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A 씨와 모임을 함께 한 동행인이자 응급처치에 좀 더 전문적 지식을 가진 의료인이라는 사적 지위에서 한 행동”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