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조 통 큰 '대미 투자'에도 코로나로 운신의 폭 줄어든 재계

입력 2021-05-19 16:01 수정 2021-05-1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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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한 투자계획 현지에서 '공식화' 수준…최태원 회장의 결단은 변수

(그래픽=이투데이 )
(그래픽=이투데이 )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4대 그룹이 ‘40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현지투자를 예고한 가운데 "이번 경제사절단은 운신의 폭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제외하면 기업별 전문 경영인이 합류한다. 투자 보따리를 활짝 열겠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현지에서 투자 전략을 ‘공식화’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일정 가운데 경제인이 대거 참석하는 행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 모두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1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해 직접 기조 연설에 나섰고 포럼에는 양국 정·재계 관계자 600여 명이 참석한 바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깜짝 투자 보따리 기대

이와 달리 이번 경제사절단에는 국내 주요 기업의 핵심 관계자 일부만 참여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제외하면 기업별 전문 경영인들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오는 24일을 전후해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둘러본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맡은 최 회장은 미국 정계와 재계 인사들을 만나 경제 현안에 대해 폭넓게 교류한다.

3조 원을 들여 현재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을 가동 중인 SK이노베이션은 이곳에 3, 4공장 추가 건설을 검토 중이다. 이 계획이 확정되면 SK의 현지 투자금액만 6조 원에 달한다.

이번 경제사절단 가운데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그룹 총수인 만큼, 추가 투자 보따리를 풀어낼 가능성도 크다.

◇파운드리 공장 건설에 20조 원 쏟아내는 삼성전자

이와 달리 전문 경영인이 나설 예정인 삼성전자와 현대차, LG 등은 예고한 현지 투자를 공식화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인 삼성전자는 약 20조 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구체화한다. 이번 대미 투자 40조 원 가운데 절반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백악관 주재의 반도체 화상 회의에 국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한 바 있다. 이달 20일 미국 상무부가 주최하는 화상 회의에도 초청받는 등 현지 투자를 가시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2025년까지 미국에 전기차 생산설비를 포함, 74억 달러(약 8조1400억 원)를 투자한다.

내년부터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 5의 현지생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2위를 수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이 계획을 공식화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미국 GM과 미국 오하이오주에 총 2조7000억 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 계획을 밝혔다. LG 측의 투자금만 1조 원 수준. 이 외에 2025년까지 미국 내 2곳에 5조 원 이상을 투자, 독자적인 배터리 공장도 신설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에서 직접 전기차를 생산한다. 첫 순수 전기차인 아이오닉 5가 첫 모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태현 기자 holjjak@)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에서 직접 전기차를 생산한다. 첫 순수 전기차인 아이오닉 5가 첫 모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대대적 투자에 따른 반대급부 우려

재계는 이번 투자를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앞세운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에 선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양국 정상회담의 의제가 구체화하지 않았지만, 관건은 △코로나19 백신 확보 △반도체 및 배터리 투자 △중국 견제 △북핵 문제 등으로 압축돼 있다.

사실상 우리 측이 내세울 수 있는 열쇠는 재계의 투자가 유일하다. 이를 앞세워 우리 정부와 재계가 얼마나 성과를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40조 원 규모에 달하는 대대적인 투자에 따른 국내 일자리 창출 여력 감소 우려도 뒤따른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기아차지부 관계자는 19일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회사가 산업전환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투자 계획만 발표해 황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론도 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국 제조업 기반을 다지겠다면서 미국에서 소화되는 자동차와 배터리 등을 자국 내에서 만들겠다는 것이 바이든 정부의 강력한 의지"라며 "미국에 공장을 세워서 미국산으로 생산하지 않으면 (국내 업체 입장에서는) 없는 물량이나 다름없어서 미국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국내 생산 물량이나 고용이 보장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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