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늦추는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최종 승인을 받으면서 국내 치매 치료제 개발 속도에 관심이 쏠린다. 아직 국내 기업 가운데 치매 신약으로 임상의 마지막 단계인 3상에 진입한 곳은 없지만, 여러 기업들이 초기 임상 단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앞서 FDA는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이 일본 에자이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제품명 아두헬름)’을 최종 승인했다. 이 치료제는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과정을 늦추는 효능을 입증한 첫 번째 신약으로, 아두카누맙 이전에 FDA 승인을 받았던 치매 치료제는 단기적인 증상 완화제에 불과했다.
치매 신약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회사 가운데 가장 빠르게 임상을 진행 중인 곳은 젬백스앤카엘(이하 젬백스)이다. 젬백스는 국내에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GV1001’의 임상 2상을 완료하고 지난 4월 식약처에 임상 3상 시험계획서(IND)를 신청했다. 하지만 임상 환자 수를 재산출하라는 의견과 함께 반려당했고, 현재 임상 3상 IND 신청을 다시 준비 중이다.
젬백스 관계자는 “평가지표를 늘리는 등 보완할 점을 갖춘 뒤 빠른 시일 내 식약처에 임상 3상을 신청할 것”이라며 “미국에서는 현재 임상 2상을 승인받았는데 코로나19 여파로 대면이 어려워지다 보니 아직 환자 모집을 시작하지 못했다. 올해 안에 미국에서의 임상을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FDA에서 젬백스의 치료제 임상 대상을 중증 환자에서 경증 환자로 확대하라는 제안을 했는데 이와 관련해 젬백스 측은 “적극적으로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신약은 아니지만, 치매 치료제 개량 신약을 개발 중인 현대약품은 2019년 식약처에서 다국가 임상시험 3상을 승인받았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임상에 속도를 내지 못했고 현재 ‘BPDO-1603’에 대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아리바이오와 디앤디파마텍은 미국에서 임상을 진행했지만, 아리바이오는 치매 치료제 ‘AR1001’의 임상 2상을 최근 종료했고, 디앤디파마텍은 지난해 10월 ‘NLY01’의 임상 2b상에 대해 FDA에 IND를 신청해 승인을 받았다. 환자 5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디앤디파마텍의 임상은 단일품목으로 전 세계 최대 규모의 파킨슨병 및 알츠하이머병 동시 개발 글로벌 임상 2상 시험 사례다.
일동제약은 2019년 천연물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 ‘ID1201’의 임상 3상을 승인받고 환자 모집에 나섰지만 현재는 임상을 종료했다. 일동제약 측은 “피험자 모집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등의 이유로 3상을 중단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FDA의 치매 치료제 최종 승인은 2003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일 정도로, 치매 치료제 개발은 녹록지 않은 영역이다. 그런 만큼 국내 업계에서는 이번 아두카누맙의 승인을 고무적인 성과로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아두카누맙 승인은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약이 늘어났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20년 가까이 알츠하이머 신약 허가 자체가 없었는데 이런 소식으로 국내 개발 업체들도 희망을 갖게 됐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