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의 동남아시아 진출 바람이 거세다. 치킨과 라면, 떡볶이 등 K푸드가 해외에서 인기가 치솟으면서 편의점업계가 ‘기회의 땅’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코로나19로 집에서 일상을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외국인들 사이에 한국 드라마ㆍ영화 등이 인기를 끌자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는 편의점의 니즈와 맞물린 선택이다. 동남아는 K드라마와 K팝을 필두로 한류 문화가 형성돼 사업 진출이 용이한 데다 동남아 인구수 6억5000만 명 중 30세 이하가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잠재력이 큰 블루오션으로 평가된다.
2018년 베트남에 진출한 GS25는 현재 110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며, 4월 말레이시아에 첫 받을 내딛은 CU는 현재 4곳을 오픈했다. 여기에 이마트24가 가세해 K편의점의 위력을 알린다는 각오다. 몽골에 일찌감치 진출한 CU는 벌써 110개점을 출점했고, 지난달 몽골에 진출한 GS25는 현재 6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이마트24는 24일 말레이시아 현지 기업인 유나이티드 프론티어홀딩스(United Frontiers Holdings)와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이마트24 말레이시아 1호점을 오픈한다고 23일 밝혔다. 유나이티드 프론티어는 ‘이마트24 말레이시아’를 설립하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진행하고, 이마트24는 브랜드 사용권과 시스템 전수 등 노하우를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게 된다.
‘이마트24 말레이시아’는 올해 말까지 10개점, 5년 내 300개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마트24는 이번 말레이시아 진출을 시작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진출을 검토해 사업성이 판단되면 지속적으로 해외로 진출, 글로벌 편의점 브랜드로 입지를 다진다는 방침이다.
이달수 이마트24 상무는 “이마트24가 해외 진출의 시작을 알리는 말레이시아 1호점을 선보이게 됐다”며 “이마트24로 리브랜딩 한 후 단 4년만에 이룬 성과로서, 향후 다양한 국가로 진출해 글로벌 편의점 브랜드로 거듭나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24는 이미 말레이시아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CU와 맞대결이 불가피하게 됐다. BGF리테일은 작년 10월 말레이시아 기업 마이뉴스홀딩스(Mynews Holdings)의 자회사인 MYCU 리테일과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올 4월 국내 편의점 업계 최초로 말레이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운영 점포는 4곳이다.
마이뉴스홀딩스는 1996년부터 말레이시아에서 로컬 편의점 브랜드 '마이뉴스닷컴'을 운영중이며, 약 530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현지 편의점 업계 2위 업체다. CU는 신규점 개점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기존 마이뉴스닷컴 점포들도 CU로 순차적으로 전환해 1년 내 신규점 50개, 향후 5년 간 500개 이상의 점포로 편의점 업계 1위를 노린다는 목표다.
CU는 2019년 몽골에 진출해 현재 110여 점을 운영하며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8년 베트남에 진출한 GS25도 호치민에 이어 빈증, 붕따우 지역으로 진출 범위를 확대해 지난달 기준 110개를 출점했다. GS25는 지난달에 몽골에도 입성해 CU와 라이벌 구도를 이루게 됐다. 2025년까지 500호점 출점이 목표다.
이마트24는 말레이시아 시장 안착의 무기로 K푸드의 현지화를 내세운다. 이마트24 말레이시아 1호점은 매장 면적 257㎡(약 78평)의 복층 구조로 동시에 40명이 식사 가능하도록 10~15개 테이블를 비치했다. 아울러 한국식 컵밥 4종(불고기·치킨·참치마요·연어)을 비롯해 떡볶이, 닭강정, 어묵튀김 등 K푸드를 강화했다.
음료와 디저트를 즐기는 고객을 위해 한국에서 로스팅한 이마트24 이프레쏘원두를 그대로 사용한 원두커피를 비롯해 핫초코, 민트차 등 20여종에 달하는 음료를 판매해 커피 전문점 역할까지 담당하게 된다. 현지에서 인기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 한국의 눈꽃 빙수 장비를 활용한 눈꽃빙수 4종과 함께 소프트아이스크림 3종 등 즉석에서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디저트도 판매한다.
아울러 이마트24의 김밥과 삼각김밥, 샌드위치, 샐러드 등 한국식 RTE(Ready To Eat) 푸드도 판매해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고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고, 이마트24의 PL(자체브랜드) 상품인 ‘아임이’, ‘민생’을 비롯해 대한민국 상품을 전체의 30%에 해당하는 400여종으로 구성했다.
CU 역시 한국화로 말레이시아를 공략 중이다. 1호점인 ‘CU센터포인트점’은 쿠알라룸푸르 중산층 거주 지역 쇼핑몰 내 50평 규모의 대형 점포로 한국 상품이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CU의 인기 PB(자체상표) 상품 외에도 한국의 유명 상품과 중소기업 우수 제품들로 가득 채웠다. 오뎅과 떡볶이, 닭강정, 빙수 등 다양한 한국 길거리 음식들도 즉석조리식품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성과도 좋다. 센터포인트점 오픈 후 열흘 간 1만1000여 명이 넘는 현지 고객이 다녀가며 흥행을 거뒀다. 특히 인기가 많은 상품은 한국의 대표 분식 메뉴인 떡볶이로 열흘 간 무려 2500컵이 팔렸다. 닭강정, 핫도그, 짜장떡볶이, 오뎅도 높은 매출을 기록하며 한국식 즉석조리식품들이 전체 매출에서 36%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편의점들은 자체 PB 상품 수출로도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GS리테일은 지난해부터 수출 전용 전담팀을 꾸려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다. 지난해 수출액은 44억 원을 넘겼고 올해 수출 목표는 100억 원으로 잡았다. 품목 수도 2017년 40종에서 작년 450여 종으로 크게 확대됐다. 대표 상품은 ‘유어스영화관팝콘’과 ‘유어스왕교자갈비만두’ 등 GS25의 PB상품이다.
CU는 몽골에서 판매하는 상품 중 약 30%가 한국 상품이며 최근에는 해외 수출용 PB 상품인 ‘GET 카페라떼캔’ 2만 개를 선보였다. CU가 교민 대상이 아닌 해외 수출 전용 상품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CU 관계자는 “한국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국내 상품 취급 수도 계속 확대하고 있다”면서 “최근 쌓인 데이터와 노하우로 해외 시장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