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시험관 키즈,둥이들의 시대가 온다

입력 2021-06-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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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유미 전북대병원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 저 사실 시험관으로 태어났어요.” 회진시간에 유난히 질문이 많던 한 남학생이 불쑥 내게 고백을 했다. 일순간 정적이 흘렀고 나를 포함한 같은 조 친구들의 시선이 그에게 모였다. 그는 자신의 출생 비밀(?)을 공개하는 것에 전혀 거침이 없었고 오히려 당당해 보였다. 이를 계기로 그는 의과대학에 진학했으며 자신을 세상에 있게 해준 20년 전 그 산부인과 의사처럼 본인도 멋진 산부인과 의사가 되고 싶다며 실습 기간 내내 나를 졸졸 따라다녔다.

1985년 10월 12일 오전 5시 10분, 서울대병원 분만실에서 국내 최초 시험관 아기가 출생한 지 35년이 지났다. 이후 국내 난임시술 빈도와 성적은 눈부신 향상을 보였고, 지난해 우리나라 신생아 11명 중 1명은 난임시술로 출생하였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주로 고위험 산모를 진료하는 대학병원이라 그런지 산모 중 절반 이상은 체외수정이나 인공수정을 통해 임신이 되었고, 그들 중 대다수가 쌍태임신이다.

실제로 난임시술을 받는 경우 다태임신이 될 확률은 25~30%이며, 다태임신은 조산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전체 다태임신의 약 25~30%가 조산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난임시술을 받는 10명 중 한 명은 미숙아 출생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미숙아 합병증은 뇌출혈, 뇌성마비, 괴사성 장염, 망막박리 등 셀 수 없이 많으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장기 합병증도 무시할 수 없다. 출생 직후부터 무수히 겪었을 이 어려운 관문들을 무사히 통과해 치열한 입시경쟁까지 뚫고 의대생이 되었다니. 그에게 경외심이 들었고 지난 35년간의 국내 의학, 내가 몸담고 있는 불임내분비학, 산과학의 발전에 가슴 벅찬 보람이 느껴졌다.

엊그제도 인공수정으로 임신이 된 26주 2일, 790g·730g의 쌍둥이 남매가 우리 병원에서 태어났다. 산모가 전원되자마자 동의서를 받아야 했고, 그 과정에서 위에 기술한 무시무시한 미숙아 합병증을 열거하며 나는 그녀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아기들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나은 컨디션으로 태어났고, 비록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는 있지만 빠른 회복 속도로 누구보다 씩씩하게 버텨주고 있다. 나와의 면담시간에 조산아로 태어날 아이들 걱정에 분만실을 온통 울음바다로 만들었던 그녀에게, 얼른 가서 오늘 회진시간의 그 학생 이야기를 들려주어야겠다. 한번 보시라고, 저렇게 멋지고 똑똑하게 잘 자라 우리 앞에 있지 않느냐고 말이다. 앞으로 10년, 20년 뒤에는 지금 태어나는 수많은 시험관 키즈들, 이른둥이, 쌍둥이, 삼둥이들이 얼마나 더 잘 자라줄지, 그들의 시대가 기다려진다.홍유미 전북대병원 산부인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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