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차전지 글로벌 시장을 한·중·일 삼국이 분할하고 있다. 점유율은 한국 44.1%, 중국 33.2%, 일본 17.4%. 실로 이차전지 삼국지다.
최근 정부가 2030 이차전지 산업(K-Battery) 발전 전략을 내놨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반도체가 인간의 머리라면 이차전지는 인간의 심장입니다”라는 말로 이차전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차전지는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 등 미래 사회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다.
이차전지 삼국지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뒤처지지 않는다. 에너지밀도는 삼국이 250∼300Wh/㎏으로 유사하다. 가격은 한국과 일본이 비슷하지만, 중국이 경쟁력 우위다. 생산성은 한·일·중 순으로 우수하다.
이차전지 패권을 거머쥐기 위해 가격 경쟁력과 함께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가 있다. 소재, 원재료 등의 높은 해외 의존도다. 4대 소재의 해외 의존도는 양극재 47.2%, 음극재 80.8%, 분리막 69.5%, 전해액 66.2% 등 높은 편이다. 원재료 역시 이차전지용 리튬 수요가 2027년 743만 톤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소재·원재료는 안정적 공급을 위해 민간이 해외 소재광물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 정부는 해당 사업의 사업성, 타당성, 법률·제도 등 기초조사와 함께 융자, 컨소시엄 구축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EU 등 수요산업 기반을 갖춘 국가들과 다자·양자 교류채널을 통해 정보·기술협력 강화, 산·학·연 공동 프로젝트 발굴도 추진한다.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국내 조달도 중요하다. 직접 우리 땅에서 채굴하는 건 어렵겠지만 기존에 사용한 뒤 성능이 떨어지는 배터리에서 원재료를 추출해 다시 사용하거나 떨어진 성능으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개발하는 등의 재사용·재활용 방안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
최근 철광석 국제시세 폭등에 따른 철강, 조선 등 우리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보면서 초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봤던 우리나라의 수식어 중 ‘삼면이 바다이고 자원이 풍족한 나라’라는 말이 생각났다. 삼면이 바다인 건 객관적 사실이다. 자원이 풍족한 나라엔 수긍이 안 간다. 사실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 더 가깝지 않을까.
이차전지 원재료와 소재도 부족하다. 하지만 기술력으로 2030년 이차전지 세계 넘버 1이 되기 위한 전략을 내놨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원재료·소재 등의 공급선 다변화와 함께 자급능력도 꼭 갖춰야 한다. 그 자급능력이 바로 사용 후 이차전지 재사용·재활용이다. 이를 통해 이차전지 앞에 K란 수식어가 당당하게 붙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