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금기 깨기’에서 그는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청와대 정책실과 이견이 있었다며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했다. ‘있는 자리 흩트리기’에서도 강조한 자신의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을 놓고 정책 우선순위 문제로 정책실과 부딪혔다는 점도 밝혔다. 정치권에서 권력 기관 출신들이 과잉대표된다며 현 야권 유력 대선 후보이자 경쟁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일각의 분석을 보면 김 전 부총리는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아닌 제3지대에서 대선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는 점을 여러 번 우회적으로 얘기했기 때문이다. 기자도 기재부 예산실장으로 처음 그를 만나 10여 년을 알고 지내면서 대선에 나올 것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김 전 부총리는 이제는 많이들 알다시피 충청북도 음성군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서울로 올라와 판자촌에서 살았다. 가난한 가정 형편에 상고를 나와 은행을 다니면서 야간대를 다녔고 고시 공부를 해 입법고시와 행정고시를 패스한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흙수저다. 보수 정부인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서 승승장구했고 박근혜 정부 마지막에는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이 됐다. 정권이 바뀐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사령탑인 경제부총리까지 지냈다. 정권에 구애받지 않고 실력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는 한 매체를 통해 ‘국민은 이력에서 투표하지 않는다’는 칼럼을 썼다. 그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미국에선 경력 좋은 대선후보가 주로 패배하는데 국민은 이력서 아닌 사람에 투표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야권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하락 모드에 접어들었지만 좋은 경력을 자랑하는 ‘박스 안의 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그 지지도를 온전히 흡수할지는 알 수 없다. 야권에서는 오리지널 ‘언더도그’인 홍준표 의원이 박스를 차고 밖으로 나올지도 주목할 만하다”고 적었다. 공교롭게도 김 전 부총리를 언급하진 않았다.
밖에서의 평가는 칭찬 일색이지만, 사실 김 전 부총리는 기재부 장관 재직 당시 사랑받는 수장은 아니었다. “자신을 위해 기재부를 희생시키는 장관”, “스포트라이트는 자기가 받고 일은 우리(기재부 직원)가 다한다”는 말이 들렸다. 대선에 나오면 절대 안 뽑는다는 직원들도 많다.
김 전 부총리가 이번 대선에서 얼마나 선전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대선에 나선다면 지금보다는 아랫사람을 다스리는 리더십에 더 관심을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선은 지금처럼 혼자서는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평소 따뜻한 감성을 보여주는 그라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상돈 교수는 경력 좋은 대선 후보는 패한다고 하지만, 미국의 경우이고 한국에선 다를 것이다. 관료 출신 첫 대통령이 어떨지도 궁금하다. 김동연 전 부총리의 앞날에 영광이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