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조 설비를 풀(완전) 가동 중이다.”
이달 들어 무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면서 에어컨과 제습기 등 ‘여름 가전’의 전성기가 도래했다. 가전 양판사와 제조업계에선 몰려드는 주문에 반색하고 있다. 역대 최장기간 장마로 판매량이 다소 부진했던 작년 기저 효과 영향으로 올해 판매량이 대폭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더해졌다.
여기에 하반기 판매량이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된 IT와 홈 엔터테인먼트 제품은 올해 내내 견조한 수요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어컨 주문 폭주…연간 판매량 250만 대 복귀 전망=20일 전자랜드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18일까지 에어컨과 선풍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0%, 150% 늘었다. 불볕더위와 함께 찾아온 장마에 제습기 판매율도 크게 성장했다. 같은 기간 제습기 제품 판매는 작년보다 300% 증가했다.
또 다른 가전 양판점인 롯데하이마트도 이달 초부터 13일까지 작년 2배(100%)에 달하는 에어컨이 판매됐다고 밝혔다.
가전 제조사 역시 넘쳐나는 수요를 실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에어컨 판매량이 작년 동기 대비 50% 이상 증가했고, LG전자 역시 5~6월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에어컨 판매가 증가 궤도에 올라선 것으로 본다.
위니아 딤채도 "이달 들어 에어컨 제품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라며 "회사 측에서도 판매량 증가 추이를 주목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중소형 업체들의 판매량도 일제히 상승했다. 신일의 이달(1일~18일) 창문형 에어컨, 선풍기 판매량은 전년보다 각각 21%, 38% 늘어났다. 창문형 에어컨 원조 격인 파세코의 신제품도 예년보다 한 달가량 일찍 판매량 5만 대를 돌파했다.
업계에선 올해 에어컨 판매량이 2년 만에 250만 대 수준으로 복귀할 것으로 내다본다. 국내 연간 에어컨 판매량은 2017년~2019년 연속 250만 대 수준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예상 밖의 긴 장마 영향으로 200만 대 수준에 그쳤다.
◇방마다 1대씩…창문형 에어컨의 역습 =특히 이번 여름 눈에 띄는 건 창문형 에어컨의 약진이다. 불과 수년 전 스탠드나 벽걸이 제품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던 것에 비교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올해 삼성전자, 위니아딤채, 캐리어에어컨 등 국내 대표 가전 업체들이 신제품을 내놓으며 시장 규모가 대폭 확대했다.
다른 여름 가전 판매량 증가세와 비교해보면 더욱 확연하다. G마켓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창문형 에어컨과 이동식 에어컨의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30%, 290% 증가했다. 서큘레이터(70%)와 선풍기(58%) 등 다른 여름 가전 제품군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는 폭염에 코로나19 재확산이 겹치며 방마다 에어컨을 설치하려는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다인 가족의 경우 '서브 에어컨', 원룸에 거주하는 1인 가구의 경우 '메인 에어컨'으로 이용하는 식이다.
◇여름 비수기는 옛말…IT·게임 용품도 폭염 수혜 기대=한편 전자업계에선 올해 폭염의 또 다른 수혜 예상 품목으로 IT, 게임 용품 등을 꼽는다.
지난달 수도권 거리두기 완화 조짐에 하반기 수요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상황이 급변하며 업계 전망도 바뀌었다. 비대면 수요에 힘입어 괄목한 성장세가 돋보였던 지난해 하반기만큼 강도에 미치긴 어렵겠지만, 일정 이상의 '집콕' 수요가 한동안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G마켓에 따르면 이달 12일부터 18일까지 한 주간 노트북 판매량은 전주와 비교해 8% 늘었다. 게임용품이나 게임팩(타이틀) 판매량도 각각 16%, 12%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태블릿이나 노트북 등 IT 제품은 통상 여름이 비수기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러한 법칙이 깨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코로나 이전 폭염 시기엔 에어컨, 제습기 등 전형적인 냉방 가전 수요만 두드러졌지만, 올해는 조금 다른 양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