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거친 발언과 ‘갈지자(之)’ 행보로 야권 빅텐트 구상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이 정무적 능력 부족으로 중도층 표심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대항마로 거론되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까지 급부상하면서 윤 전 총장이 본인의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1일 당 대표·중진 연석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의 전날 대구 발언에 관해 “윤 전 총장이 공무원 수사나 이런 거에 조금 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수감 때문에 지역에서 다소 상처받은 분이 있다는 건 정치적 발언이라 이해하는데, 고유한 색이나 가치를 잃지 않고 경선에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가 이 같은 발언을 한 이유는 윤 전 총장이 최근 행보에서 거친 발언과 상반된 태도로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연이은 광주, 대구 방문에서 보여준 상반된 모습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윤 전 총장은 17일 광주 방문에선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며 눈물을 흘리더니 전날 대구 방문에선 “초기에 코로나19가 확산한 곳이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이었다면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이라며 다소 의아한 태도를 보였다.
국민의힘으로선 유력 주자인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야권 빅텐트’를 구성해야 하는데 윤 전 총장이 거친 발언과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이면 정권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이 중도층 표심을 끌어와도 모자랄 판에 이도 저도 아닌 행보를 보이면 당에도 좋을 게 없다고 분석한다.
국민의힘 비수도권 한 의원도 이날 “보수 쪽을 확실하게 공고히 해놓고 중도 쪽으로 확장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집토끼부터 확 잡아놓고 산토끼를 잡으러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친 발언에 대해선 “대구 사람들을 옹호하는 말이며 자기 딴엔 올려세워 준다고 한 말인 것 같다”면서도 “사람이 진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윤 전 총장의 태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대구 가서는 그렇게 말하면 표가 되고 광주 가서 그렇게 말하면 또 표가 되는 게 아니다”라며 “정치적으로 계산이라든가 그런 걸 못 할뿐더러 정치적 마인드가 형성이 안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으로선 여러 우려가 달가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최 전 원장이라는 대항마가 치고 올라오는 것도 문제다. 윤 전 총장이 본인만의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교수는 “본인은 양쪽 다 미련을 갖고 합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며 “본인의 정치적 좌표를 큰 틀에서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보수를 중심으로 할 건지 중도층을 끌고 갈 건지 판단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