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하지만 종종 마주하는 환자의 주소(chief complaint)이다. “산부인과 의사가 처녀막이 찢어졌는지, 그것도 몰라?”라며 비웃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난소의 혹이 암인지 아닌지, 뱃속의 아기가 기형인지 아닌지 가려내는 것보다 더 어려운 업무이다.
처녀막이란 단어가 암시하는 것처럼 뚫리거나 막힌 ‘문’이 아니라, 질 입구에 돌출되어 있는 주름진 조직을 뜻한다. 따라서 처녀막 손상 여부를 확인하려면 이 주름을 하나하나 펼쳐보면서 금이 간 곳이 있는지 세밀히 확인해야 하는데, 사람마다 처녀막의 모양이나 크기는 천차만별인 데다 급성 파열이 아니라면 열상이나 출혈 등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경험 많은 산부인과 의사라고 하더라도 단번에 처녀막 손상 여부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처녀막의 영문 명칭인 하이멘(hymen)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결혼의 신 히메나이오스(Hymenaeus)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작명에서부터 이 조직에 순결함과 신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들이 원래 여자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이 조직에 ‘처녀’라는 수사어구를 붙이고 닫혀 있어야 한다는 의미의 ‘막’이라는 정의를 더해, 이 조직을 통해 해당 여성이 과연 성경험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얼마나 많았는지 ‘진실게임’을 하려 한다.
다시 말하지만 처녀막은 처녀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며, 여성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다. 이 조직이 둘러싸는 질의 직경에 따라 크기가 다를 뿐이다. 나는 어떤 이유이든 엊그제처럼 처녀막을 주소로 하는 환자는 피하고 싶다. 원래 있는 정상 조직인 처녀막 자체에 집중하는 일은 내게는 매우 소모적이며, 이 조직 넘어 존재하는 질, 자궁경부, 난소 등 책임져야 할 훨씬 많은 숙제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홍유미 전북대병원 산부인과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