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금주령의 시대, 한강 치맥의 운명은

입력 2021-08-03 06:00 수정 2021-08-20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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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으로 추억여행을 떠난다. 몇년 전 프랑스 몽마르트 언덕에서 커피를 마셨고, 제주도 애월 해변가를 걷고 있었다. 친구들과 마스크 없이 한강공원에서 돗자리를 깔고 치맥을 하며 웃고 있는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한여름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릴 때면 잠 못 드는 밤을 피해 사람들로 북적였던 서울 한강공원. 한강 변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열기를 식히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 한강에서 밤을 보냈다. 배달음식과 함께 음악을 틀어놓고 술을 마시는 모습도 흔하게 보였다.

며칠 전 산책을 하려고 나간 한강공원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집합금지에 2명씩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만 보였다. 몇몇은 커피나 음료를 손에 들고 있었지만 예전처럼 자리를 펴거나 치킨, 피자 등 야식과 함께 술을 즐기는 풍경은 찾아볼 수 없었다. 코로나19가 바꾼 2021년 여름 한강의 모습이다.

연일 1000명대를 훌쩍 넘는 확진자에 사회적 거리두기는 4단계로 격상됐고 처음 2주에서 2주가 더 연장됐다. 4단계에 따라 식당과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처럼 한강공원도 오후 6시부터 3인 이상 모임이 금지됐다.

서울시는 지난달 7일부터 오후 10시 이후 야외 음주 금지를 위한 행정명령을 시행했다. 오후 10시 이후 음식점 영업이 제한되다 보니 한강공원과 25개 주요공원에서 2·3차 술자리가 새벽까지 이뤄져 방역에 구멍이 생기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한강 치맥'은 돌아올 수 있을까.

6월 30일부터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이 시행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장소 음주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음주 폐해 예방과 주민 건강 증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지자체가 조례로 일정한 장소를 금주구역으로 지정하고 위반 시 과태료 부과가 가능해졌다.

이에 서울시는 6월 23일부터 이달 22일까지 포털사이트 '민주주의 서울'에서 공공장소 금주에 관한 시민 의견을 받아 의견 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 '공공장소 금주 어떻게 생각하세요?'에 달린 300여개가 넘는 댓글을 보면 시민들의 의견은 단순한 찬반을 넘어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음주로 인한 쓰레기 투기·범죄발생률 증가가 우려된다, 음주 자체에 대한 금지는 자유권 침해다, 음주 허용하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가중처벌해야한다, 시간이나 수량 제한이 필요하다, 퇴근 후 치맥 정도는 괜찮다, 강제성보다 의식개선을 해야한다, 주류구매 음주면허를 만들자 등 구체적인 의견들이 올라와 있다.

지자체의 금주구역 지정과 운영에 대한 법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제도적 정착까지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공공장소의 음주문화를 확 바꿀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한 해 한강공원을 찾는 시민은 약 8000만 명.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더욱 세심한 제도와 이용 수칙 마련을 고민해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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