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일반화·보편화 가능한 룰’에 집착하기보단 공정의 전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룰을 관리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투데이는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인 정지우 작가와 김용태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사회 담론으로서 공정을 고민하는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와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을 인터뷰했다. 이를 통해 출발, 과정, 인식, 담론 차원에서 사회 공정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 살펴봤다.
“모든 사회가 시험을 치도록 하는 게 공정한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 대학에 나오지 않아도 박찬호나 김연경은 훌륭한 선수지 않나.”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인터뷰에서 ‘공정론’에도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이야기가 더는 통하지 않는다”며 “최근 20~30년간 사회 양극화가 심화해 시골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와도 자기가 열심히 일하면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사라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이 상대적 박탈감과 동의어로 쓰이면서 문제가 발생한다”며 “절대적인 공정의 기준에 대해선 논의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느끼는 박탈감에 관해 얘기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도) 이해당사자 자본주의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남녀 성비를 조작한 사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의과대생들이 파업에 나선 사례가 단적인 예다. 그는 “너무나 불평등하고 양극화한 사회에서 최상위층이 세습하는 것에 관해 얘기하진 않는다”며 “국민은행 문제가 불거졌을 때 계좌를 탈퇴하는 등 행동이 일어나지 않았고, 의대생들이 국민의 생명을 거부하는 행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게 진짜 불공정 아니냐”고 꼬집었다.
김 연구위원은 “이처럼 배제적으로 공정의 개념에 접근하다 보면 취약한 청년이 사회적 논의에서 더 배제될 수밖에 없다”며 “현재는 중상류층, 인터넷에 많이 접근하는 청년들을 중심으로 객관적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공정 담론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위기와 내년 예정된 대통령 선거가 ‘이슈 블랙홀’로 부상하면서 사회적 대화를 막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정년 연장 등 향후 불거질 공정 이슈들이 묻혀있는 상황”이라며 “사회적 대타협 논의 틀을 만들어 2~3년간 지난하게 연구도 토론도 이어가야 하는데 현재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은 우리에게 꽤 많은 답을 준다”며 “뒷문 열고 들어오는 건 반칙이라 생각하지만, 우리는 옆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불공정하다 여기지 않는다. 파편화한 공정이 아닌 창의성과 다양성이 담보되는 공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