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운명의 일주일] 은행권 “거래소 자금세탁 철저한 검증 필요”

입력 2021-09-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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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제휴, 실적 효과있지만
금융당국 보수적 태도에 주저

은행이 가상자산(가상화폐)의 가능성과 위험성 모두를 저울질하는 가운데, 제도권 내에서 가상자산 거래소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대두됐다. 은행 등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니즈를 외면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금세탁에 대한 은행들의 우려가 상당한 만큼, 리스크와 금융당국의 규제가 해소되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내비쳤다.

은행들이 가상자산 거래소에 관심을 갖는 이유로 케이뱅크의 사례가 꼽힌다. 실제 케이뱅크는 업비트와 제휴를 맺으며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최근 출범 4년여 만에 첫 분기 흑자를 달성했고, 올 상반기에만 400만 명의 고객이 늘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결국 신규 예금 계좌가 많아질수록 이득을 보는 구조인데 가상자산 투자자들을 흡수하면 계좌가 느는 효과가 있다”라며 “특히 전국구 고객을 늘리고 싶어 하는 지방은행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안다”라고 기류를 전했다.

업계 관계자 또한 “실명계좌를 발급받아야 특금법 신고가 가능한 중소형 거래소에 지방은행들이 다수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가상자산 산업 진출을 가로막는 것은 자금세탁 우려다. 그간 은행들은 무역금융, 외환 등의 업무를 담당하며 자금세탁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왔다. 미국이 제재하는 국가들에 자금이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살피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가상자산 거래의 니즈는 인정하지만, 은행은 고객의 탐욕 또한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라며 “지금은 가상자산을 샀다고 하면 실제 포지션만 들고 있는 건지, 물리적으로 가상자산이 어디서 어디로 옮겨졌는지 아무도 검증할 수 없다”라고 우려를 전했다.

특히 은행의 경우 미 재무부에 의심거래에 대해 직접 보고해야 하는 만큼, 관련 위험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중이다. 그러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사실은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개방적이고 공격적인 금융당국의 입장을 기대한다”라며 “본인이 가지고 있는 은행 계좌를 가상자산 투자의 유틸리티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야 한다”라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보수적인 태도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중이다. 실제 그간 금융당국은 거래소의 자금세탁 우려에 대해 누차 강조해왔다. 지난 8월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가상자산 사업자를 대상으로 현장컨설팅을 진행했다. 거래소가 금융·증권사 수준의 자금세탁 방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지 들여다보기 위함이다. 지난 6일 신고설명회를 통해 고객확인(CDD), 의심거래보고(STR) 등 자금세탁방지 의무는 신고수리 후 즉시 이행해야 한다고 누차 강조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트래블룰을 내년 3월부터 시행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실명계좌 발급 과정이나 설명회 등에서 금융당국, 은행이 (자금세탁 방지를) 강조해 서두르는 중”이라며 “거래소의 자금세탁 이슈를 의식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이 빗썸·코인원에 실명계좌를 발급하는 과정에서도 자금세탁 문제가 뇌관으로 꼽혔다. 지난 8월 협상 과정에서 농협은행은 트래블룰을 준수하지 않으면 실명계좌 발급 확인서를 내줄 수 없다 주장하기도 했다. 이후 해당 거래소들은 신고 수리 후 일정 기간 내에 자금세탁 방지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조건을 달고 확인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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