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립자 대류현상(Granular Convection)이라고도 불리는 브라질 너트 효과는 알갱이를 통에 넣고 흔들수록 크기에 따라 분리된 층을 형성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즉, 다양한 크기를 가진 알갱이 혼합물을 흔들면 알갱이가 움직일 때 가운데 부분에서는 위로 올라오고 가장자리에서는 아래로 내려가 결국 입자가 큰 게 위에 남는다. 이러한 현상은 굳이 혼합 견과류 캔을 사지 않더라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러 곡류가 섞인 시리얼을 먹다 보면 바닥에 작은 오트밀 조각만 잔뜩 남아 있거나, 과자봉지 바닥에 과자가루나 부스러기들이 잔뜩 몰려 있는 것도 모두 이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고 이와 관련된 실험은 세 살 어린애도 할 수 있을 만큼 쉽고 간단하지만 그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브라질 너트와 이보다 작은 땅콩이 섞이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려면 통을 흔들거나 치는 따위의 행위를 했을 때 이들 알갱이가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같은 브라질 너트라도 어떤 콩은 흔들면 위로 올라오지만 어떤 건 바닥에 그대로 있다. 이렇게 알갱이들이 서로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대답을 시사하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지난 5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됐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필립 위더스(Philip Withers) 교수팀이 X선 컴퓨터 단층 저속 촬영(Computertomografie)을 이용해 브라질 너트와 땅콩의 움직임을 추적해 본 결과, 흔들었을 때 브라질 너트 모두가 바로 위로 움직이는 건 아니었다. 70회 정도 흔들어 주면 비로소 브라질 너트 중 하나가 혼합물의 상층에 도달하고, 150회 정도 흔들어 주면 또 다른 두 개가 같은 높이에 이른다. 그리고 나머지는 바닥에 갇힌 것처럼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논문의 제1저자인 파르메시 가자르(Parmesh Gajjar) 박사의 말에 따르면 콩이 초기에 어떤 모양으로 놓여있는가에 따라 그 움직임이 결정된다. 즉, 브라질 너트가 윗방향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아래위로 길쭉한 모양으로 설 때까지 회전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일단 표면에 도달하면 너트 알갱이는 다시 좌우로 길게 눕는다. 다시 말해 콩 입자가 처음에 어떤 모양으로 놓여 있는가에 따라 브라질 너트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이 실험을 통해 맨눈으로는 관찰이 어려운 혼합물 내부의 운동에 대해 좀 더 많은 걸 알게 됐지만, 이 현상의 발생 원인이 규명된 건 아니다.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브라질 너트 효과의 설명을 위한 여러 가설 중 ‘대류현상설’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대류는 거칠게 말해 액체나 기체 같은 유체 내 분자들의 이동을 의미한다. 일례로 물이 담긴 냄비 바닥에 열을 가하면 물을 끓일 수 있는 것도 대류현상 때문이다. 알갱이는 고체이지만 이들이 모여 있으면 유체의 특성도 갖는다. 때문에 알갱이가 담긴 통을 흔들어 주면 측면의 알갱이들은 물이 벽면을 타고 아래로 흐르듯이 휘어져 내려가고, 내부의 알갱이들은 위로 떠오르는 굽은 아치형 층(convection roll)을 반복해서 형성한다. 이때 큰 알갱이들은 작은 아치형을 형성하기에는 너무 커서 계속 위에 떠있게 된다.
재밌는 사실은 알갱이의 크기가 같더라도 무게가 다른, 즉 밀도가 다른 알갱이들을 담아 같은 방식으로 움직여 주면 밀도가 높은 것은 뜨고 낮은 것은 가라앉는다. 다시 말해 크고 가벼운 알갱이와 작고 무거운 알갱이를 함께 담아 흔들었을 땐 작은 게 위로, 큰 게 아래로 이동한다. 이를 ‘역 브라질 너트 효과’라 하는데 대류현상설로는 이를 설명할 수 없다. 우리의 삶만 그런 게 아니라 자연 또한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쉽사리 비밀을 털어 놓지 않는다. 참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