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해운사들은 내년도 선박건조계획, 운항계획 등 사업계획 수립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영무 한국해운협회 부회장은 3일 오후 서울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4년간 공정위 조사를 받으면서 해운업계가 어렵고, 올해가 넘어가면 대선 정국이라 내년 중순까지도 (담합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라며 “올해 11월, 늦어도 12월까지는 결정을 내 달라”고 촉구했다.
공정위는 지난 5월 국내외 선사 23곳이 동남아시아 노선에서 담합 했다는 판단에 따라 이들 선사에 최대 8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국내 선사는 SM상선, 장금상선, 고려해운, 흥아해운 등 총 12곳이다. 이들이 물어야 할 과징금만 최대 5600억 원에 달한다.
공정위의 판단과 달리 해운사들은 해운법 29조에 따른 면책조항이라며 항변한다. 공정거래법 제58조는 담합 행위를 규정할 때 충돌되는 ‘경쟁법’의 적용 여부를 명시하고 있다. 공정위와 해운업계의 의견이 충돌하는 지점도 여기다. 해운업계는 이번 운임 공동행위가 경쟁법인 해운법에 따른 합법적인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다만 공정위는 선사들의 공동행위가 해운법에 따른 정당한 행위가 되려면 △사전에 화주단체와 서면으로 협의할 것 △공동행위의 내용을 해수부 장관에게 신고할 것 △공동행위로부터의 탈퇴를 제한하지 않을 것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봤다.
공정위는 해운사들이 사전에 공정위의 인가를 받지 않았고, 해수부 신고도 122회 누락했다며 경쟁법 적용이 어렵다고 보고 부당한 공동행위로 판단했다.
해운사들은 공정위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김 부회장은 “공정위 보고서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경쟁 제한을 해서 운임을 올려 부당이익을 취했느냐가 관건인데 신고절차에 대해서만 잘못돼 있다고 언급했다”라며 “입증이나 사례는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운사들은 40년간 해수부의 신고절차에 따랐고 공정위 지적사항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운업계는 공정위 조사가 지연되는 것 자체가 선사의 경영 활동에 제약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조속히 결론을 내달라고 했다. 김 부회장은 “11월에 빠르면 결정을 내달라. 늦어도 12월까지는"이라며 “그렇게 안 되면 업계는 진짜 어려움을 겪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정위의 과징금 결정이 내려진다면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부회장은 “우리는 무혐의이고 무조건 승리한다고 보지만, 만약 과징금 결정이 내려진다면 행정소송으로 끝까지 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