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요소수 대란에 디젤차 시장 축소 빨라지나

입력 2021-11-0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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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호 기자 hyunho@)
( 조현호 기자 hyunho@)

주로 디젤 엔진 차량에 쓰이는 요소수 품귀현상이 심해지면서 국내 디젤차 시장 축소가 더 빨라질지 주목됩니다.

요소수는 디젤 내연기관의 배기가스 후처리 장치인 배기가스 저감장치(SCR, 선택적환원촉매제)에 반드시 필요한 질소산화물 환원제입니다. 다시 말해, 유해한 배출가스를 정화하는 시스템으로, 질소산화물이라는 유해한 물질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무해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주로 대형 화물차와 버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에 많이 채용됩니다.

디젤 엔진이 상업용 차량과 SUV에 주로 쓰이는 건 연소 효율이 높고 연비 성능이 우수하기 때문입니다. 디젤 엔진은 경유, 가솔린 엔진은 가솔린을 연료로 합니다. 가솔린 엔진이 압축한 혼합기(안개 모양의 가솔린과 공기가 섞인 것)에 점화 플러그로 불꽃을 일으켜 점화해 연소시키는 데 대해, 디젤 엔진은 압축을 통해 고온이 된 공기에 연료를 안개 모양으로 분사해 자연 착화시킨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즉, 점화 플러그를 갖고 있는 것이 가솔린 엔진, 그렇지 않은 것이 디젤 엔진인 것입니다.

성능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같은 배기량일 때 디젤 엔진의 토크가 훨씬 강하며, 저회전 상태에서도 최대 토크가 빠르게 발휘됩니다. 디젤은 에너지 밀도가 높은 연료를 사용하는 데다 열효율이 더 좋아 힘 뿐 아니라 연비도 좋습니다.

▲(뉴시스)  1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관계자가 요소수를 경유차량에 넣고 있다.
▲(뉴시스) 1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관계자가 요소수를 경유차량에 넣고 있다.

문제는 디젤 엔진이 가솔린보다 소음과 진동, 특히 공해가 심하다는 것입니다. 디젤 엔진은 휘발유 엔진보다 더 강한 힘을 내부적으로 견뎌야 하기 때문에 더 크고, 무겁고, 튼튼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정지 상태에서 가속할 때 엔진 부하가 많이 걸리고, 그 만큼 휘발유 엔진보다 많은 매연을 내뿜습니다. 버스와 트럭, SUV 꽁무니에서 일반 승용차보다 시커먼 매연이 더 많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에 세계 각국에서 디젤 차량에 대해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디젤 차량을 구입하면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하고, 배기가스 저감장치(SCR, Selective Catalyst Reduction)도 의무 장착해야 합니다.

바로 여기서 ‘요소수’가 등장합니다. SCR에 없어선 안 되는 게 요소수입니다. 고온 연소를 하면 열효율이 올라가 연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불행하게도 배출가스 중 질소산화물은 늘어납니다. 이 때문에 배출가스에 요소수를 분사하면 화학반응을 일으켜 질소산화물을 효율적으로 정화시켜줍니다. 이런 메카니즘을 통해 질소산화물은 무해한 질소와 물로 분해됩니다. 디젤차 운행에 지장은 없지만 환경 규제 차원에서 요소수는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인 것이죠. 요소수가 떨어지면 갑자기 엔진이 멈추지는 않지만, 일단 엔진을 끄면 엔진을 재시동할 수 없게 됩니다. 차종이나 주행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만, 요소수는 1000km 주행에 약 1ℓ가 소진됩니다. 다만 고속도로 주행 등 부하가 걸리는 주행이 많은 경우는 더 자주 보충해줘야 합니다.

이런 요소수 품귀 현상이 일면서 당장 화물차와 덤프트럭, 레미콘 같은 건설기계 장비들이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여기다 소방차와 구급차, 마을버스, 택배 서비스차, 디젤 엔진 승용차 이용자들도 불편을 겪게 생겼습니다.

▲폭스바겐의 첫 번째 순수 전기 SUV 모델 'ID.4' (사진제공=폭스바겐)
▲폭스바겐의 첫 번째 순수 전기 SUV 모델 'ID.4' (사진제공=폭스바겐)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디젤 엔진차는 1000만 대 정도가 달리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중 요소수 규제가 적용된 디젤 차량은 약 400만 대이며, 이 중 절반인 200만 대 가량이 승용차로 추산됩니다.

현대자동차의 투싼, 포레스트, 싼타페, 팰리세이드, 기아차의 카니발, 쏘렌토, 스포티지, 셀토스, 쌍용차의 렉스턴, 렉스턴 스포츠, 코란도 등 각사가 다양한 모델을 통해 디젤 차량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요소수 대란으로 승용 디젤 엔진차 비중이 더 줄어드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됩니다. 이미 환경 문제 때문에 디젤 엔진 모델은 축소되는 추세에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노후경유차를 대상으로 조기 폐차(보조금 집행)가 진행 중이어서 2008년식 이전 모델은 매년 감소 중이고, 신차 역시 디젤 모델은 단종됐거나 단종이 진행 중입니다. 교체 수요도 디젤 신차가 없어져서 감소 중입니다.

소형 SUV에서는 쌍용차 티볼리의 디젤 모델이 단종됐고, 다른 소형 SUV들도 디젤 모델을 제외하면서 기아차 셀토스만 유일하게 남았습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싼타페와 투싼, 쏘렌토, 스포티지 등은 하이브리드 모델로 옮겨가는 추세입니다.

수입차도 마찬가지입니다. 2019년 수입차 판매 16만7093대 중 디젤차가 4만9564대였으나 올해는 3만1518대(전체 21만4668대)로 감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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