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스위스 가이기의 연구원 파울 뮐러는 14년간의 연구 끝에 식물보호용 살충제를 특허로 출원하였다. DDT로 알려진 이 살충제는 1874년에 염료로 개발되었으며, 뮐러가 한 일은 살충제라는 용도를 발견한 일이었다. DDT는 말라리아와 발진티푸스의 원인이었던 모기와 이를 제거하는 데 뛰어난 효과를 나타내 2차 대전 시기에는 전쟁 때마다 발생하던 발진티푸스 사망자를 크게 줄였다. 이 성공으로 가이기는 여러 회사를 사들여 노바티스가 되었고, 뮐러에게는 1948년 노벨 생리의학상이 수여되었다.
1985년 일본 시마즈제작소에서 단백질 분자의 이온화 연구를 하던 다나카 고이치는 레이저를 쪼일 때 단백질 파괴를 막기 위해 열을 완충시키는 글리세린에 실수로 코발트 분말을 섞었다. 이를 버리지 않고 실험에 사용했더니 단백질 분자에 효율적으로 열을 전달해 이온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다나카는 이를 특허출원 하고 2년 뒤 학회에서 발표했다. 이온화된 단백질 분자는 질량분석이 가능하므로, 이를 들은 독일 학자들이 다나카를 인용하면서 고분자 이온화법을 발전시킨 덕분에 학사학위만 받은 무명의 연구원이던 다나카는 2002년 노벨화학상을 받게 된다.
2009년부터 2019년 사이에 발표된 SCI 논문 중 피인용 상위 1% 논문의 국가별 순위는 중국이 2위, 일본 12위, 한국은 15위다. 그런데 국제특허출원은 한국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5위를 차지하다가 2020년에 독일을 제치고 4위를 차지했다. 노벨상 강국인 일본도 상대적으로 특허활동이 활발하다. 일본의 2014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나카무라 슈지는 청색 LED를 개발하여 중소기업이던 니치아화학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기여했다.
세계적인 특허 강국이 된 한국도 이제는 노벨상으로 빛나는 특허를 만들어낼 때가 되었다. 2022년이 그 첫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