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달 중 5000달러로 설정된 국내 면세점 구매 한도를 43년 만에 폐지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될 경우 면세점들의 실적개선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면세업계는 면세한도가 600달러로 그대로인 만큼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1979년 만들어진 구매 한도의 폐지를 골자로 한 개정 세법 시행규칙을 내놨다. 개정 시행규칙이 시행되면 다음달 구매분부터는 내국인의 면세점 구매 한도가 사라진다.
면세점 구매 한도가 사라지는 것은 1979년(당시 500달러) 제도 신설 이후 43년 만이다. 정부는 그동안 면세점 구매 한도를 500달러에서 1000달러, 3000달러, 5000달러 등으로 늘려왔지만 올해부터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면세업계를 지원하고 해외 소비를 국내로 돌리기 위해 한도를 아예 없애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면세업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5000달러의 구매 한도 폐지는 호재로 볼 수 있지만 실제 매출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면세 한도’ 기준은 600달러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한 시내면세점 관계자는 “우선 코로나19 상황이 계속되고 있을 뿐 아니라 면세한도가 유지된다면 실적 개선으로까지 이어질 지는 미지수”라며 “호재인 것은 맞지만 영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면세점 관계자는 “면세 한도도 함께 상향되면 소비 진작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면세점 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무착륙 관광 비행만 하더라도 지원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면세한도 상향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면세업계는 코로나19로 해외 관광객 발길이 끊기다시피 하면서 실적 악화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면세업계 대장주인 호텔신라만 해도 2020년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는 간신히 흑자로 전환했지만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갈 길이 멀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인 다이궁(보따리상)이 주 고객이 되면서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들이 브랜드 가치 하락을 이유로 빠져나가고 있고 다이궁에 대한 수수료는 갈수록 올라 매출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하고 있는 상황이다.
면세업계에 따르면 다이궁들에 대한 수수료는 코로나 전만 해도 10% 초반대였지만 최근에는 30%대까지 치솟았다. 해외 관광객이나 국내 여행객 수요가 거의 사라진 상황에서 매출 유지를 위해 다이궁을 받고 있지만 이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결국 면세한도 상향 외에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푸념이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외형적으로는 면세점들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나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업황 개선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빠지면서 마진 훼손이 불가피하다”면서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후 통관 및 중국내 이동조치 완화 효과를 기대해야 할 듯 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