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명태 공급 불안 등 수산물 가격 변동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련 업체들은 초단기적으론 호재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냉동 명태 한 마리의 소매가격은 지난 4일 기준 2538원으로 1주일 전보다 7.0% 올랐다. 국내 명태 유통 물량의 60% 이상을 러시아산이 차지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중 수산물 관련 사업을 하는 곳은 8개 종목이다. 이중 명태를 주요 매출 품목으로 기재한 곳은 한성기업, 신라교역, 사조대림, 사조오양 등 4종목이다. CJ씨푸드, 동원수산, 동원산업, 사조산업 등은 주요 제품군에 명태를 기재하지 않았다.
다만 명태를 주요 물품으로 다루는 곳도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명태 단독 매출액 비중이 10%를 넘는 곳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매출액 규모가 클 것으로 추정되는 곳은 사조오양과 한성기업이다. 이 두 기업은 참치와 명태 관련 매출액이 각각 399억 원, 496억 원이다.
사조오양은 참치와 명태 매출액이 전체 매출액 대비 16.87%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중 명태 매출액이 약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원양어선 7대 중 2대를 명태잡이에 쓴다. 한성기업의 경우 원양어선을 통해 어획한 참치와 명태 등 매출액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6.8% 수준이지만, 이 회사는 원양어선 5대 중 단 1대만을 명태잡이에 쓰고 있다.
신라교역 역시 원양어업에서 매출액 41.3%를 벌어들이고, 수산물 유통이 매출액 30.3%를 차지했지만 대부분 명태가 아닌 참치 몫이었다. 이 회사는 15대의 원양어선 전부를 참치잡이에 쓰고 있으며, 명태 유통량은 전체 매출액 대비 5% 미만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조대림은 원양어업을 통한 매출액이 306억 원으로 전체 대비 2% 수준에 그쳤다.
원양어업을 하는 기업들은 명태가격 상승보다 국제 유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가 강세가 지속할 경우 원가 상승도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기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기름값은 원가 대비 20% 수준을 차지한다. 전날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18% 폭등해 139달러 선에 거래됐으며,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130달러 선까지 급등했다. 이는 지난 2008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초단기적으로는 이미 들여오거나 계약을 마친 수산물을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어 호재지만, 장기적으로 어획 가능성 자체가 불투명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러시아가 은행망에서 퇴출당하며 대금 결제가 불가능해져 공급 물량 자체가 끊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원양어선을 통해 어획하려고 해도, 사전에 입항료를 지급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결제가 안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어묵 생산ㆍ유통업체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봤다. 명태는 어묵의 주원료다. 공급이 어려워지면 판가 인상 등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한다. 수산 가공업을 하는 대부분 기업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주시하고 있고 호재나 악재라고 딱 짚어 이야기하긴 어렵다”며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을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러시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를 대비한 대책은 고심 중”이라고 설명했다.